[제보는 MBC] 119 기다리며 대문도 열어놨는데‥80대 노인 7시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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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15. 오후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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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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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혼자 사는 80대 노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119에 두 번이나 신고를 하고 힘겹게 기어가서 대문까지 열어놨는데, 구급대가 출동을 하지 않아서 일곱 시간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노인은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쳐서 결국 간병인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에 팔순을 맞은 임 모 씨.

고혈압약을 먹긴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주3일 하루 4시간씩 공공근로를 나갈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처럼 일을 다녀온 지난 6일 밤, 갑자기 집안에서 쓰러졌습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를 하고, 힘겹게 기어나가 주택 대문과 현관문도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구급대는 다음날 아침까지 오지 않았고, 안방에서 쓰러진 채 7시간가량 방치됐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건 다음날 아침 자녀와 통화를 하고 나서였습니다.

[임 모 씨 딸]
"왼쪽으로 이렇게 엎어지듯이 고꾸라져 있었대요, 이렇게. 화장실까지 거동이 불편하시니, 그 자리에서 (소변) 실례를 하신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결국 신체 왼쪽 부분 신경이 모두 마비된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말이 어눌해 진 것은 물론 도움 없이는 식사도 못 하고, 스스로 휠체어에 앉을 수도 없게 됐습니다.

[임 모 씨]
"태우러 올 줄 알았어. 119가 올 줄 알고 대문 열어놨어. (그런데) 오지 않았어."

119 구조대는 왜 출동하지 않았을까?

가족들이 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은 신고 당시 녹취록입니다.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됐고, 10초 뒤 두 번째 신고는 33초간 통화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해 청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녹취록에는 할아버지가 어눌하게나마 주소를 2번이나 말하며 "아이 죽겠다. 잠깐만 오실래요"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임 모 씨 딸]
"119가 만약에 그때 그 시간, 정상적으로 출동만 했더라면. 저희 아빠가 이 상황은 안 됐죠. 의사도 한 얘기예요. 너무 늦었다. 그게 안타깝다…"

119 상황실 매뉴얼에는 "언어가 불분명한 노인 등이 신고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는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있지만,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매뉴얼 미준수까지는 확인되고요. 그 당시에 왜 그랬는지 당사자도 과오를 인정하는 상황이라…"

충북소방본부는 출동을 하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고, 해당 직원을 감사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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