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악순환 극약처방… 일부 의원들 탈당 불복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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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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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례적 강경조치 배경

불법거래 ‘의혹’단계 불구 선제조치
송영길 “탈당 권유한 것… 징계 아냐”
2022년 대선 대비 리스크 관리 나선 듯


“정치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을 대상으로 출당 또는 자진탈당을 조치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자진탈당 권유 결정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거래가 아직 ‘의혹’ 단계임에도 유례없는 강력한 조처를 내렸다. 전날 국민권익위는 민주당 의원 및 가족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가 최종 결론이 아니다”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자료를 송부하는 등 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룬 바 있다.

민주당으로선 자진탈당 권유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이다. 문재인정부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부동산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도 4·7 재보궐선거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민주당이 권익위에 스스로 조사를 요청한 것은 ‘양날의 검’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익위 이전엔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수가 9명이었지만, 권익위 조사로 오히려 12명으로 늘어나서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대응이 조금이라도 미흡하게 비치면 성난 부동산 민심이 더 큰 역풍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당이 왜 의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 전수조사에 임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로선 내년 3월 대선까지 9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거치며 당에 씌워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을 하루빨리 끊어내고 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흥행시킬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날 긴급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원 12명에 대한 조치 수위를 두고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앞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실명 공개에 찬성했지만, 앞서 예고된 출당 조치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흔드는 조치”라며 “의혹만 가지고 출당 조치한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송영길 대표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송 대표와) 통화하니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에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이미 지난 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본인 및 직계 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착잡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송 대표로선 이번 결단이 4·7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 행보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정권 재창출을 책임질 거대 여당의 사령탑으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송 대표는 앞선 인사청문 정국에선 야권이 지목한 ‘부적격 3인방’ 중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1명만 사퇴를 유도하고,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법적 문제와 자녀 입시비리 문제를 구별해 사과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쇄신’이라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송 대표가 4선 중진이자 40년 ‘운동권 동지’인 연세대 81학번 동기 우상호 의원에게도 자진 탈당을 권유한 지점에서 송 대표의 ‘읍참마속’ 결단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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