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고 보자"…막무가내식 입법에 주택시장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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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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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부동산법안 정책위 검토 거쳐라" 뒤늦은 수습
소급 적용, 재산권·기본권 침해…막무가내식 입법
박주민 '무기한' 계약갱신…신정훈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 등
개인계좌 조회까지…감독기구 설립 부처간 엇박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정부 여당의 무분별한 입법 발의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무가내식으로 쏟아지는 법안들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면서 오히려 정책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건에 이른다. 취득세·재산세 등의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22건에 달한다.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소득세 법안 역시 7건에 이른다.

특히 정부 여당의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잇따라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일부 법안의 경우 재산권 침해 우려 및 위헌 소지까지 불거지며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이 잡히지 않자 결국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고 전환되자 “부동산 법안은 당분간 정책위원회 검토를 거쳐 발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입법 과열에 제동을 건 셈이다.

지난 6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무기한 계약 연장 내용을 담아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3법의 경우 소급적용 논란과 과도한 재산권 침해 외에도 여전히 제도적 허점이 많다. 당장 임대료 5% 인상 역시 임차인 동의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이를 둘러싸고 분쟁이 속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안 통과 후 전월세전환율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르면서 땜질 입법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신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역시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의 경우 즉시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를 거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금융기관에 금융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금융정보 등의 개인 정보는 개인 동의 없이 법집행기관 이외에는 제공하지 않게 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필요한 경우 개인 계좌를 비롯해 금융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날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거래 관련 법을 고쳐 단속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맡을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연내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감독기구 설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로 출범할 감독기구의 역할 및 규모, 권한 범위 등을 두고 부처간 협의가 불가피한 가운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론 시장 작동이 완벽한 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 정부는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어떻게 보면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또 시장이 제대로 작동 안되니깐 정부 감시가 필요한 것인데 악순환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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