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잃은 부동자금 1천100조 '역대 최대'…부동산·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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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31. 오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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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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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영향…투자예탁금 63% 급증·빚 주식투자도 10조원대

시중 부동자금 증가 (PG)[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월에는 처음으로 한 달사이 40조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추면서 부동자금은 앞으로도 늘어나 증시나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천106조3천380억원에 달한다.

부동자금은 지난해 11월(1천10조7천30억원) 1천조원을 넘어선 뒤 3월까지 매달 증가하고 있다.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증가폭이 지난해 11월(32조7천억원 증가)과 12월(34조8천억원 증가) 30조원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올해 2월에는 47조원으로 커졌다. 한 달 증가폭이 4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최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해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을 뺀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안전상품인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은이 집계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은행권의 잔액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3월(2.02%) 이후 꾸준히 내려 지난달(1.57%)에는 1.5%대로 내려앉았다.

금리 인하로 더 풍부해질 유동성은 통상 증시나 부동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12·16 대책 등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때문에 당분간 부동산으로 유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자금은 금리가 떨어질수록 그대로 남기가 점점 더 부담스러워져 어디론가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굉장히 강해졌는데, 향후 보유세까지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동안은 부동산 시장보다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코스피가 2,000선 고지를 되찾으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8일 현재 44조5천79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해 말(27조3천384억원)보다 63.1%나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이달 18일(10조783억원)에 3월 이후 두 달여 만에 10조원대로 올라섰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계속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는데, 한동안은 저가 매수 기회를 활용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갈 곳 없는 유동성이 유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단기부동자금 증감 추이(단위: 십억원, %)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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