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쇼크’에 무너진 종로… KFC 1호점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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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02.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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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4월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KFC 국내 1호점 ‘종로점’ 모습. 정진영 기자


KFC의 한국 1호 점포인 ‘종로점’이 3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서울의 핵심상권 종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에 빠지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도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KFC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경영빌딩 1~2층에 들어서 있는 종로점이 2일 폐점했다. 1984년 4월 처음 문을 연 지 38년 만이다.

마지막 영업일인 지난 1일 오후 7시에 KFC 종로점은 한산했다. 매장 앞에는 운영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저녁을 먹는 손님으로 붐벼야 할 시간인데도, 2층의 좌석은 텅 비어있었다. 매장에 머무는 동안 만난 고객은 3개 팀에 불과했다. 폐점을 앞두고 매장 비품이 다 떨어져 고객에게 냅킨 대신 일반 페이퍼타월을 주기도 했다.

지난 1일 KFC 종로점 입구에 폐점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진영 기자


KFC가 ‘1호점’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폐점을 결정한 배경에는 종로 상권의 붕괴가 자리한다. KFC 관계자는 “입점한 건물이 낡았고 매장도 오래돼서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 흑자가 잘 되지 않아서 폐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종로는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프랜차이즈들이 앞다퉈 1호 점포를 내는 곳이었다.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KFC가 탑골공원 앞에 1호점을 내자, 같은 달에 버거킹은 종로2가 사거리에 첫 매장을 열기도 했다. 이후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점포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종로 상권은 2017년 ‘사드 보복’ 후폭풍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회복은 먼 얘기가 되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이나 2030세대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을지로, 서촌·북촌 등과 달리 종로는 노후화한 옛 도심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탓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7%였다. 서울 전체 공실률(6.7%)보다 높다. 2020년 1분기 종로의 공실률을 1.5% 수준이었지만, 같은 해 4분기 12.8%까지 치솟았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KFC를 비롯해 유명 업체들은 잇따라 종로를 떠나고 있다. 종로2가 사거리의 랜드마크였던 지오다노 매장은 지난해 4월 폐점했다. 같은 시기 커피전문점 할리스 종로본점과 종로3가점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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