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거둔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88.3%가 그를 찍었다. 박 후보를 찍은 이는 10.5%에 불과했다. 격차가 70%포인트에 가까웠다. 이밖에도 강남구 대치1동(85.1%)·도곡2동(84.8%)·청담동(80.3%)·신사동(80.0%), 서초구 반포2동(84.2%)·반포3동(81.3%)·서초4동(80.8%), 송파구 잠실7동(80.7%) 등에서 유권자들은 오 시장에게 80% 이상의 압도적 몰표를 몰아줬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재건축 이슈를 안고 있고, 물론 종부세 사정권에 있는 곳들이다. 압구정동에선 현대아파트, 대치1동에는 우성·선경아파트, 잠실7동에서는 우성아파트 등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반포3동(한신아파트 단지), 서초4동(삼풍아파트)에서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단지가 즐비하다. 기존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 재건축을 끝낸 반포2동 역시 아크로리버파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종부세 영향을 크게 받는 동네다.
오 시장이 득표율 70~80% 사이를 기록한 28개동 역시 보수정당의 텃밭인 강남3구에 집중됐다. 강남구 개포1동(78.9%)·삼성1동(77.5%), 서초구 잠원동(78.2%)·반포본동(76.4%), 송파구 잠실3동(78.1%)·오륜동(77.3%) 등이다. 이는 노무현정부 심판론이 득세한 가운데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대구시장 득표율(70.2%)을 상회하는 수치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앞으로도 이 정도 압도적 지지를 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실질적이든 잠재적이든 간에 종부세 등 조세 정책으로 인한 집단적 피해자 의식이 작동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의식이 주변 이웃에 전파되면서 상승작용도 일으켰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역시 “재건축 이슈보단 종부세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며 “종부세가 원체 세기도 하지만,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완화를 언급했다 지키지도 않은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아성이 비교적 공고한 마포구ㆍ광진구에서도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은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마포구에선 대단지 아파트가 포진한 아현동(63.6%)·도화동(61.1%), 광진구에선 광장동(64.7%)·자양3동(64.7%)·구의3동(63.7%) 등에서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동작구 사당2동(61.0%)·사당3동(60.4%), 성동구 행당1동(60.7%)·금호1가동(60.0%) 등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오 후보는 60% 이상을 득표했다.
아현동의 경우 지난 총선 정당투표에서 범진보(6137표)와 범보수(6528표)의 득표 규모가 엇비슷했는데 1년 만에 이 지역들의 민심은 급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동산 투표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집을 가진 사람 역시 대출이자 부담도 있는데 각종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데 대한 불만이 쌓였다”는 주장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새로 포함된 동네도 있고, 향후 대상이 될 지역도 있다. 이를 막겠다는 후보를 찍을 유인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오 시장은 박 후보가 거주하는 연희동에서도 55.9%를 득표해 박 후보를 눌렀다. 과거 박 후보의 자택이 있던 신도림동(58.6%) 역시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생태탕’ 논란의 무대가 됐던 서초구 내곡동에서도 오 시장(64.39%)은 박 후보(33.41%)를 두 배 가까운 표차로 눌렀다. 한편 부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모든 동에서 눌렀다.
한영익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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