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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 EBS <다큐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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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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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살아온 것보다 몇 배나 더 긴 삶을 함께해야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무엇이 그토록 어려운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인지, 오늘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여러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보려 합니다. 







|||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2016년 10월 11일 방영된,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터치하고, 변치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 이 장면 주목!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포인트 ① 마치 사료(料)처럼 보관된 사랑의 역사

 

 



새 신부 양휴 씨는 올해 5월에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간호사였던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면서부터 이곳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진짜 신혼은 이제 2달 남짓 된 셈입니다. 남편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양휴 씨는 마중을 나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집인데, 그 가까운 거리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이 바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화제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재수할 때부터 알고 지냈고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왔던 두 사람에게는 사랑의 역사가 마치 켜켜이 쌓인 사료(料)럼 보관되어 있습니다.



 

 

온통 두 사람의 손길이 닿아 있어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신혼집. 두 사람은 함께 뭘 해도 편하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같이 밥을 먹든 이야기를 하든 TV를 보든, 그 모든 시간이 달콤하기만 합니다. 부부는 이 행복한 순간이 오래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으로 온 양휴 씨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고 말합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포인트 ② 생활의 공습


 


많은 부부들이 생활의 공습을 받습니다. 이 공습으로 부부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혼 3년 차 지영 씨 부부의 모습을 한번 살펴볼까요? 쉬는 날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남편. 지영 씨는 결혼 전과 너무도 다른 남편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지영 씨는 가사와 육아의 분담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부담스러운 남편은 늘 자기 의견만 고집합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그때는 서로가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잘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면서 결혼 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부부는 바로 앞 동네에 있는 시어머니 댁에 자주 갑니다. 지영 씨는 시어머니가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종종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세세한 것까지 전부 챙겨 주시려는 어머니 때문에 남편이 아직도 응석받이처럼 군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식사 시간, 둘째가 보채자 지영 씨는 밥을 먹다 말고 일어납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화가 납니다. 지영 씨야 어떻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 남편 때문입니다. 어떨 땐 아내와 아이가 눈앞에 없으니 더 잘 먹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런 남편의 행동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집안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의 사고방식입니다. 3살인 첫째와 이제 막 5개월이 된 둘째, 지영 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한다는 게 웬만한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남편이 근무하는 버스회사는 3교대. 식구들은 곤히 자고 있는데 새벽에 혼자 출근 준비를 할 때면 '처자식만 아니면 좀 더 편한 일을 찾을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 돈 버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육아보다 회사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내, 육아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편. 서로가 더 힘들었다고 과시하는 부부.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서로 더 힘들 것이라며 위로해 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초심을 떠올린 것일까요? 부부가 오랜만에 타협을 했습니다. 남편은 잠을 참고 외출하기로, 지영 씨는 놀이공원 대신 가까운 공원에 가기로 한 것이죠. 생각해 보면 둘째를 낳고 부부가 같이 뭔가를 해 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육아와 일에 지쳐 각각 잠들고, 서로 피곤하다고 싸운 기억만 가득하지, 이렇게 온 가족이 놀아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지영 씨는 무엇이 부족한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아주 당연한 것인데,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샌가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포인트 ③ 위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

작년 대한민국에서는 약 30만 2000쌍이 결혼했고 10만 9000쌍이 이혼했습니다. 요즘 합의 이혼의 연령 비율은 40대가 제일 많고, 여성 분들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어떤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걸까요? 


 

결혼 후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지나온 시간들이 단 몇 분만에 끝나 버리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은 금세 남이 되어 버립니다. 대부분의 이혼 부부는 그 원인을 성격 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이혼의 원인은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 이런 대화를 하는 90%의 부부는 이혼했습니다.

 

 


또 다른 부부의 일상을 살펴볼까요? 남편 준섭 씨는 당뇨에 걸린 민자 씨를 위해 농사 품목에 여주를 넣습니다. 여주가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다정한 배려입니다. 사실 민자 씨는 남편에게 쌓인 감정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농촌 대가족의 장남으로 태어난 준섭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의 아내와 맞선을 본 후 보름 만에 결혼했습니다. 둘 다 큰 고민 없이 결혼했지만, 농촌 대가족의 장남과 맏며느리로서 부모와 형제를 부양하며 사는 것은 민자 씨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가족이 아니라 일꾼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루에 도시락 6개, 일꾼들의 도시락까지 만들어야 했습니다. 민자 씨는 스스로가 머슴 같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머슴으로 온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살아온 과정이 나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삶이었어요. 죽고 싶었어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아이들 엄마로 이 자리 지키고 싶어요."


민자 씨는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우직한 남편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농사와 목장 일을 병행하느라 아내와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남편은 그 시절이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러던 중, 일생동안 중노동을 해온 준섭 씨는 나이가 들면서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제 큰일이 생기면 소외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자신만큼 힘든 삶을 산 아내의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준섭 씨는 지난 상처를 보듬어안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 때문에 싸우고 산 시간들이 후회스럽다는 준섭 씨. 예순이 넘은 나이에 부부는 주말마다 데이트를 합니다.



 


"부부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옆에 있는 사람한테 잘해야 하고 노력해야 해요. 지금이 내가 살아온 중에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나는 남편밖에 없고 남편도 나밖에 없어요. 서로 안됐다는 측은지심이 있는 거예요."



||| 어떻게 보셨나요?


서로의 모든 것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습니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지나 부모가 되고, 육아에 부딪치며 갈등을 겪고, 서로에게 불만을 느끼며 왜 연애 때는 몰랐을까 싶은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갈등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이제 나에겐 이 사람밖에 없다고, 나만큼 이 사람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맞잡은 노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결혼 후의 모든 순간은 두 사람의 삶을 맞춰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때론 부딪쳐 깨지기도 하고, 때론 아픈 상처를 보듬기도 하며 더욱 고운 모양으로 빚어질 부부들의 미래를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