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스트트랙, 결단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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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01. 오전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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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the300]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이 합의한 것이 3월 17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표류하고 있다. 같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4월3일 보궐선거가 끝난 후에야 다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상황이다.

참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같은 중요한 개혁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옳은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학자나 시민운동가는 ‘옳은 얘기’를 하는 것이 자기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역할은 어떻게든 일을 되게 하는 것이다. 2016년 가을 국민들이 촛불을 든 이후에 과연 제도개혁이 된 것이 뭐가 있는가? 모든 혁명은 헌법개정으로 제도화되기 마련인데 대한민국에서 개헌은 참담하게 무산됐다. 만약 선거제도 개혁마저 무산된다면 한국의 정치시스템은 촛불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저항은 심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의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들이 있다고 한다. 결국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기 밥그릇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근거도 참으로 빈약하고 한심한 수준이다.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을 두고 ‘좌파독재’ 운운하는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에 26개국이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하는 국가들이다.

그 국가들이 좌파독재 국가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부정부패가 없는 국가들이다. 뿐만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 2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했던 방식이다. 어떤 개혁에 대해 반대할 수도 있지만, 아무 곳에나 이념딱지만 붙이면 된다는 식의 정치행태는 곤란하다.

선거제도 개혁이 낳을 효과는 단순하다. 가장 큰 효과는 정책역량없는 정당, 정당답지 못한 정당은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당 지지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비례성의 원칙’은 결국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는 정당에게만 불리한 원칙이다. 그것이 싫어서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것일 뿐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해악을 끼치고 있는 국가는 단지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을 보라. 정치의 무능함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하는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지역구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국가적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대의제민주주의를 시작한 국가인 영국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딱 그렇다. 정치의 무능함이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하게 숨쉴 자유도 박탈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를 개혁하는 첫 단추가 선거제도 개혁이다. 물론 최근 민주당과 야3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매우 불충분한 방안이다.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인데 지금 합의된 것은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의 50%만 보장하는 기묘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개혁의 불씨를 살리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안을 하루빨리 패스트트랙으로 올려야 한다.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선거제도 개혁과 꼭 묶어서 처리할 일은 아니다. 자칫 그렇게 하다가 둘 다 무산될 수도 있다. 일단 선거제도 개혁부터 패스트트랙으로 가야 개혁의 흐름이 살아날 수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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