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수장 선동열 감독은 지난 4월 9일 예비 엔트리 명단 109명을 발표했다. 병역 기피 논란이 이미 일고 있었던 LG 트윈스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6월 11일 최종 명단 24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도 두 명은 포함됐다. 지난달 13일 4명의 교체 명단이 발표됐지만 두 선수는 대표팀에 생존했다.
오지환과 박해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KBO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선 감독은 금메달을 따면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는 과감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대만 야구대표팀에 1-2로 패했다. 실업야구 선수 위주로 구성된 팀에게 말이다. 슈퍼라운드에선 프로야구 선수 없이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팀에 진땀승을 거둬야 했다. 130억원을 자랑하는 대표팀의 몸값 논란이 이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KBO는 또 침묵했다.
그리고 오지환과 박해민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았다. 선동열 감독과 정운찬 KBO총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두 선수는 아직도 팬들의 비난 속에 외로이 야구를 하고 있다.
정 총재가 병역 면탈 논란에 대해 뒤늦게 사과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고개 숙여 사과했다. 거기까지였다. 관중 감소는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시즌 중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병역 논란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9월 관중 감소는 계속됐다. 3000명 전후의 경기가 늘어났다. KBO는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엉뚱하게 정 총재의 사과 전날인 지난 11일 KBO 이사회는 외국인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를 위해 신규 외국인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불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신규 외국인선수의 다년 계약은 허용되지 않으며, 입단 2년 차부터 재계약 시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를 지키지 않는 구단에게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조차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좋은 외국인 선수가 오겠나”라며 공개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리그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KBO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뒷돈 거래만 난무할 것이라는 여론에도 답은 없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엔 엉뚱하게 KBO가 토종선수 몸값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4년 80억원이다. 80억원이 나온 기준이 무엇인지 KBO에게 묻고 싶다. 올해 예비 FA들만 직격탄을 맞을 판이다. 또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이나 오승환 등은 야구 생활 마무리를 위해 돌아오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이 같은 제한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선수협이 반발할 것이고, 돈줄인 구단이 지키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발이 나올 게 뻔함에도 KBO가 선수 몸값 제한에 나선 것은 비난 여론 물타기나 다름없다. 도대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KBO 관계자가 누구인지 되묻고 싶다.
1982년이 떠오른다. 당시 KBO는 프로야구 출범에 앞서 연봉 기준을 설정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는 10배는 돼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당시 실업야구 최고 스타였던 김봉연이 기준이 됐다. 81년 한국화장품에서 급여와 보너스로 연 480만 원을 받았던 김봉연이었다.
KBO는 해태 타이거즈에 김봉연에게 계약금 2000만원, 연봉 2400만원을 주라고 해태 타어거즈(KIA 타이거즈의 전신) 입단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태는 연봉과 계약금을 각각 1500만 원과 1800만 원으로 낮춰버렸다. 다만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에 입단한 박철순은 연봉 2400만 원을 받았다. 원년 리그에 참여한 선수 141명의 평균연봉은 1215만 원이었다.
그때는 가능한 일이었다. 전두환 독재 시대이니 KBO가 구단 위에 군림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KBO가 선수 몸값을 제한한다는 발상은 1982년 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일임을 아는지 되묻고 싶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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