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비 줄이려 해외입양까지 보내려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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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03.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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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영주권·시민권 따면 대학까지 학비 절반으로 줄어"
중고생 입양 허가 신청 잇따라… 법원은 대부분 불허 결정


"아이가 미국인이 되면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입양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 미국 시민권자인 김모씨 부부는 A(15)군을 입양하겠다며 이런 내용의 신청 서류를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는 법원 허가를 얻어야 입양할 수 있다. A군은 이미 미국에서 입양 허가를 받았는데 시민권 취득을 위해선 한국에서의 입양 허가도 필요하다고 해 법원에 재판을 신청했다고 한다.

A군 입양 신청은 그의 부모가 선택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닌 아이가 대학도 미국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인인 김씨 부부에게 아이를 입양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자녀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라면 우선적으로 재정보조 신청을 할 수 있고, 그 경우 외국인에 비해 절반 가까운 비용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다. 그 혜택을 받기 위해 입양을 택한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보통의 입양은 친자녀처럼 키울 목적으로 어린아이를 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는 이처럼 학비 조달을 목적으로 한 입양 신청이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다 큰 아이들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게 하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입양을 부탁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고교를 다니는 B(17)양 부모도 2년 전 대학 진학을 앞두고 미국 친척에게 입양을 보내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입양 신청을 했다. 같은 해엔 캐나다에 사는 이모가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조카(15)를 아들로 입양하겠다며 수원지법에 입양 신청을 냈다. 역시 유학 비용을 덜고 캐나다 영주권을 더 쉽게 취득하기 위해서였다.

판사들은 "비뚤어진 교육열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조기 유학의 경우 아이가 어리면 부모가 현지에서 뒷바라지를 하지만 시간이 가면 힘들어진다"며 "대학에 갔을 때 현지인으로서 혜택을 받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입양 신청에 대해 법원은 대부분 불허 결정을 내린다. A군 입양 신청에 대해 법원은 "양부모와 아이의 나이, 현재까지 양육 상황, 입양 동기 등을 감안할 때 입양을 허가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이모가 조카를 입양하려 했던 사안에 대해서도 수원지법은 "입양 신청이 실질적으로 유학 비용 경감과 영주권 신청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목적의 입양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고, (유학 비용 경감 등이) 중대한 신분 관계의 변경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가치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이같이 판단하는 것은 입양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입양을 하게 되면 양부모와 새로 부모·자녀 관계를 맺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입양 신청에선 실제로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비 보조 등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는 입양 사유가 안 된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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