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국제학회서 학자 응대하고 발표 참여했다면 자격 충분" 주장
동·식물 키우는 인턴하던 조민, 교수 방의 선인장 고사시킨 듯
교수가 이메일서 "10년 키운 선인장, 며칠만에 사망한 게 궁금^^"
"포스터 앞에 서서 방문하는 학자들을 응대하고 잠깐이라도 발표에 참여했다면 그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다고 본다."
국제학회 발표 초록(抄錄)에 고등학교 3학년이던 조국 전 법무장관 딸 조민(28)씨 이름을 제3저자로 올려준 경위를 묻는 공주대 윤리위원회의 질문에 이 학교 김모 교수는 소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회부된 윤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고, 조씨가 발표에 참여했다는 직접 증거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김 교수의 이 같은 서면(書面) 소명만으로 '연구 부정행위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김 교수가 조씨에게 약 2년간 4장의 서로 다른 체험활동확인서를 발급해줬고, 그 내용은 조씨 학생생활기록부에 그대로 올라 입시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주대는 김 교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23일 본지가 국회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공주대로부터 제출받은 '김○○ 교수 관련 연구윤리위원회 결과' 자료를 보면, 공주대는 조민씨 사태로 여론이 떠들썩하던 지난 8월 23일 첫 회의를 열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 출석하는 대신 소명서만 냈다. 그러자 위원회는 "제3저자로 표기된 조민의 연구물에 대한 기여도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김 교수의 참석이 필요하다"며 2차 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김 교수는 2차에서도 또다시 소명서만 냈다. 그러자 위원회는 1개월 뒤 서면 회의를 통해 "김 교수의 연구물에 대한 조민의 기여에 부정행위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결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 초록 저자 문제에 대해 1차 소명서에서 "아무리 어려운 글이라도 대신 읽거나 발표를 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2차 소명서에서는 "조씨에게 2009년 3~8월에는 학회 자료 준비를 돕도록 했다. 7월경 포스터 자료를 만들던 시기에는 좀 더 자주 내려와서 도와야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김 교수가 "더 자주 왔을 것"이라던 그해 7월 21일~ 8월 8일까지 조씨는 숙명여대에서 진행된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교수가 소명서 외에 윤리위에 제출한 증거는 2008년 8월 15일 조씨와 주고받은 이메일 두 통이 전부였다. 김 교수는 이것이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이메일"이라고 했다. 해당 시점은 김 교수가 조씨에게 발급해준 '인턴으로서 조류 배양 및 학회 발표 준비' 체험활동확인서에 적힌 활동 기간(2008년 3월~2009년 2월)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소장에는 나온다.
이메일에서 조씨는 김 교수에게 "장미 화분은 이미 샀으나, 거피(물고기의 일종)는 수족관을 그동안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오늘이나 내일 살 예정"이라며 "저는 공연으로 인해, 엄마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준비가 늦어져서 정말 죄송하다"고 적었다. 자신의 연수에 모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당당히 밝힌 셈이다. 조씨는 이어 "노력하겠다" "많은 지도 부탁드린다"는 문장으로 이메일을 맺었다.
그러자 김 교수는 답장에서 "장미와 거피를 기르는 것은 생물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인장의 예를 보면 약간 걱정도 된다만…"이라며 "어떻게 내 방에서 10년을 산 선인장이 불과 며칠 만에 사망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궁금하구나^.^ 가장 빠른 시간에 선인장을 고사시키는 법을 연구하는 것도 좋은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씨가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김 교수에게 간헐적으로 보고한 뒤 확인서를 받았다'고 확인한 바 있는데, 그나마 선인장마저 고사시켰다는 의미다.
공주대 윤리위 측은 "김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임을 감안해 따로 부르지 않았지만, 정황 증거가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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