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검찰에서 먼저 그의 수사 성과가 드러났던 건 2003년 노무현 정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였다.
평검사였던 윤 총장은 당시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과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강금원(작고) 창신섬유 회장을 모두 구속기소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윤 총장이 검찰을 1년간 떠났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임관한 사실을 두고 "노무현의 사람"이라 비난하자 정치적 색채와 수사는 상관이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윤 총장은 2007년 변양균·신정아 스캔들 수사팀에도 참여해 노 대통령이 가장 아껴하는 관료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보수 정부만큼이나 노무현 정부와도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며 "조국 후보자 의혹에 대해서도 본래 성격대로 끝까지 파헤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때는 (검찰이)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었다"며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와 그 기관의 책임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윤 총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여야를 공정하게만 수사하면 검찰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냐"며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청문회 일정을 잡은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건 월권"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대검 중간 간부 대부분도 수사 개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중에도 극소수만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1월에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를 법무부와 청와대에 알리지 않고 진행했다. 정권 초기 정부 지지율이 80%를 넘나들던 시점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물론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와 여당을 동시에 겨냥한 대검 중수부는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란 호칭을 얻고 대법관까지 올랐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은 노무현 재단이 펴낸 정책총서『진보와 권력』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청와대가 피의자측 조사대상이 되며 검찰 개혁을 언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대검 중수부 폐지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6월에서야 폐지됐다.
특수부 수사를 전담했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의 핵심 인재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수사하는 곳"이라며 "조 후보자 사건들이 특수 2부에 배당됐다는 의미는 검찰이 끝까지 파헤칠 것이란 뜻"이라 말했다.
노무현 정부와 윤 총장의 악연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검찰이 기업 수사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부터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인 칼을 빼들 줄 알았다"며 "예상보다 그 시점이 빨리 온 것"이라 말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청와대, 여당은 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검찰에 밀리면 남은 임기 3년간 검찰에 압도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구속하고 기소했던 검찰인데 법무부 장관 수사 정도에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기류도 감지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전 검찰 수사를 받는 것도,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사퇴하지 않는 것도 모두 전례가 없다"며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순간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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