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文도 겨눌 사람" 여당의 우려, 조국으로 현실 됐다

입력
수정2019.09.01. 오전 11:34
기사원문
박태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국 수사, 盧정부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와 판박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7월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차담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개시한 윤석열(59) 검찰총장은 박근혜·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적폐수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먼저 그의 수사 성과가 드러났던 건 2003년 노무현 정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였다.

평검사였던 윤 총장은 당시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과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강금원(작고) 창신섬유 회장을 모두 구속기소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지난달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盧정부 사람들 더 독하게 수사"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며 "노무현 정부나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더 독하게 수사해왔다. 검찰에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윤 총장이 검찰을 1년간 떠났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임관한 사실을 두고 "노무현의 사람"이라 비난하자 정치적 색채와 수사는 상관이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윤 총장은 2007년 변양균·신정아 스캔들 수사팀에도 참여해 노 대통령이 가장 아껴하는 관료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보수 정부만큼이나 노무현 정부와도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며 "조국 후보자 의혹에 대해서도 본래 성격대로 끝까지 파헤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2월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불법대선자금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보수정부만큼 盧정부와도 악연"
여당 내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과거의 악연을 떠올리는 인사들이 많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때는 (검찰이)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었다"며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와 그 기관의 책임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윤 총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여야를 공정하게만 수사하면 검찰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냐"며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청문회 일정을 잡은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건 월권"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공단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뉴스1]
檢 ,조 후보자 수사 극비작전처럼 개시
윤 총장은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약 일주일간 준비하며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에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대검 중간 간부 대부분도 수사 개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중에도 극소수만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1월에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를 법무부와 청와대에 알리지 않고 진행했다. 정권 초기 정부 지지율이 80%를 넘나들던 시점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2017년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모습. 장진영 기자
조 후보자 수사, 盧정부 대선자금 수사와 판박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정부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판박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물론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와 여당을 동시에 겨냥한 대검 중수부는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란 호칭을 얻고 대법관까지 올랐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은 노무현 재단이 펴낸 정책총서『진보와 권력』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청와대가 피의자측 조사대상이 되며 검찰 개혁을 언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회고했다.

2003년 6월 26일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만난 모습. [중앙포토]
같은 책에서 문 대통령도 "중수부가 워낙 활약해서 참여정부에서 중수부 폐지를 도모하면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 또는 검찰 손보기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어 (검찰 개혁)의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노무현 정부는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대검 중수부 폐지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6월에서야 폐지됐다.

'피의자' 조국, 검찰개혁 가능할까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지라도 피의자 신분인 상황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검찰 탄압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특수부 수사를 전담했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의 핵심 인재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수사하는 곳"이라며 "조 후보자 사건들이 특수 2부에 배당됐다는 의미는 검찰이 끝까지 파헤칠 것이란 뜻"이라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며 검찰개혁을 포함한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뒤로 그의 임명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與 내부, 윤석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윤 총장 지명 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윤석열은 문 대통령도 겨눌 사람"이라며 다른 검찰총장 후보자를 청와대에 추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와 윤 총장의 악연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검찰이 기업 수사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부터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인 칼을 빼들 줄 알았다"며 "예상보다 그 시점이 빨리 온 것"이라 말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청와대, 여당은 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검찰에 밀리면 남은 임기 3년간 검찰에 압도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과 압수수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檢 "혐의 나오면 조국 소환조사 가능"
검찰은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지라도 여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소환조사도 얼마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구속하고 기소했던 검찰인데 법무부 장관 수사 정도에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기류도 감지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전 검찰 수사를 받는 것도,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사퇴하지 않는 것도 모두 전례가 없다"며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순간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네이버 메인에서 중앙일보를 받아보세요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