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버린다"…올림픽에 '1조' 쏘던 후원사들 마케팅 줄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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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5.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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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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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P&G·코카콜라 등 큰손들 잠잠,
'올림픽' 관련 광고·SNS·언론보도 안 해…
평창올림픽 땐 100일 전부터 마케팅 활발]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사진=AFP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식 후원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시들하다.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등 인권 탄압 문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번 올림픽 마케팅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하지만 비자·프록터앤드갬블(P&G)·코카콜라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 중 상위 13곳이 올림픽 광고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당시부터 수십년간 올림픽 결제시스템 부문 후원사를 자처했던 비자카드의 침묵이 대표적이다. 비자카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고 있지 않다.

올림픽 때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쳤던 P&G와 코카콜라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는 올림픽 관련 광고를 진행하되 중국 내에서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광고를 전혀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엔 개막 100일 전부터 활발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었다. 비자카드는 트위터를 통해 매일 평창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을 하며 평창 올림픽 때 선보일 신기술 등을 선전했다. P&G도 '편견을 넘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코카콜라는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네이선 첸의 광고판을 뉴욕 타이스퀘어에 올리는 한편 세계 시장에서 대규모 TV 광고를 집행한 바 있다.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코카콜라의 광고 캠페인/사진=코카콜라


국제사회 인권탄압 비판에 "조용히 지나가자"


비자카드가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 당시 마케팅을 펼쳤던 광고판/사진=로이터
올림픽 때마다 거액을 쏟아붓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것은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 홍콩 민주주의 억압 등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극에 달하자 차라리 조용히 올림픽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비판하며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영국·캐나다·호주·독일·일본 등 국가들이 잇따라 동참한 상태다. 또 전 세계 200여개 인권 단체들은 곳곳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는 등 베이징 올림픽 후원이나 경기 중계방송을 취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IOC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비자·P&G·코카콜라 등 기업은 소치(2014년 동계)·리우(2016년 하계) 등 2차례 올림픽 대회에 모두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미국 올림픽위원회 최고마케팅책임자(CMO)였던 릭 버튼은 "이 회사들은 올림픽 스폰서 계약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글로벌 마케팅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권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기업들도 있다. 올림픽을 후원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중국이 신장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IOC에 올림픽 연기를 요청했다. 코카콜라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 말 카타르에서 열릴 월드컵과 관련 경기장 건설 현장의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국제적인 비판 여론에도 예년과 비슷한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도 있다. 스위스 시계업체 오메가는 베이징 올림픽 기념 모델을 출시, "정치적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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