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하태경‘씨’라고 부르면, 무례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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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05. 오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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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국회의원 하태경.©연합뉴스


‘씨’는 존칭일까 비칭일까?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대한민국에서 성년 이후를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질문이다. 최근 한 국회의원과 방송 진행자 사이 벌어진 ‘씨’ 논쟁 또한 이 질문을 수면 위에 띄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하태경씨는 지난 4월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행자가 전직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씨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되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이던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호칭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아울러 하씨는 우리공화당 대표 조원진씨가 현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부르는 예를 들며 호칭이 진영을 상징하게 된다면 괜한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방송이 끝난 뒤 하씨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 대신 ‘누구 씨’라고 부르는 언론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만큼, 국민 통합과 치유가 언론개혁의 중요한 가치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하씨가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이번에는 필자에게 문제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왜 자신을 ‘하태경 의원’이 아니라 ‘국회의원 하태경씨’라고 지칭하느냐고 말이다. 게다가 재차 언급할 때는 ‘하태경씨’도 아니고 ‘하씨’라고 했으니, 국회의원에게 ‘하씨’가 뭐냐고 불쾌감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럼 당신을 ‘신지영씨’라고 불러도 괜찮겠냐?”는 글을 사회관계망에 올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신지영씨’를 ‘신지영씨’라고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더 생각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왜 신지영처럼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언론에 ‘신지영씨’가 아니라 ‘신지영 교수’라고 호명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 ‘씨’라는 호칭을 달고 나오는 사람들은 직업이나 직함이 호칭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뿐이다. 즉, 달리 사용할 호칭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돌아간 것이 ‘씨’였으니 ‘씨’가 원래 지닌 존칭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신하늘’이라는 인물이 교수나 변호사라면 ‘신하늘 교수’나 ‘신하늘 변호사’이지만, 대학생 혹은 기업의 평사원이라면 ‘대학생 신하늘씨’ ‘사원 신하늘씨’가 된다. 또, 성인이 아니라면 아예 ‘씨’도 갖지 못하고 성별에 따라 달리 불리게 된다. 남자라면 ‘신하늘 군’이, 여자라면 ‘신하늘 양’이 된다. 초등학생 이하인 경우라면 성도 없이 이름만으로 ‘하늘이’ 혹은 ‘하늘 군(양)’이 되기도 한다. 한편, 성인이라 해도 운동선수, 연예인, 외국인들에게는 ‘씨’가 생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씨’를 쓰거나 이름으로 끝내자



이처럼 언론은 그간 호칭을 통해 사람들을 차별해왔다. 직업과 직위, 연령과 국적에 따라 달리 대접하는 관행을 만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관행 뒤에 숨어서 질문하지 않았다. 힘을 가진 인물의 힘을 호칭으로 과시해주느라 ‘씨’의 존칭 기능을 잃게 했다.

이제는 언론이 연대하여 변화하기를 제안한다. 직업이나 직함 등을 인명 앞에 두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로만 기능하게 하고, 인명 뒤에는 모두에게 똑같이 ‘씨’를 쓰거나 존칭 없이 그냥 이름으로 끝내는 방향으로 어법을 통일하는 것이다. 즉, ‘고려대학교 신지영 교수’ 대신, ‘고려대학교 교수 신지영씨’ 혹은 ‘고려대학교 교수 신지영’과 같이 말이다. 또, 두 번째 언급부터는 ‘신씨’ 혹은 ‘신지영’과 같이 언급하자는 의미다.

언어란 눈에 익고 귀에 익으면 변화하게 된다. 과거에 그렇게 만들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일 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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