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Journal] 만병 부르는 뱃살…해 넘기기 전에 독하게 비만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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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당 등 대사증후군 환자
심장병·뇌졸중 발병 위험 높아

에너지 소진 못한 영양분
몸속 곳곳에 축적돼 비만 요인

배만 볼록한 마른비만일 때
뇌심혈관계 질환에 치명적

식사조절·운동으로 체중 감량
고도비만땐 수술도 고려할만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53)는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고 복부비만(허리둘레 93㎝), 높은 혈압(133/80㎜Hg), 당뇨전단계(공복혈당 107㎎/㎗)로 대사증후군에 해당한다는 종합건진결과 통지서를 최근 받았다. 그는 키 170㎝, 몸무게 75㎏이고 체질량지수(BMI)가 24.9로 여느 중장년층처럼 뱃살을 빼려고 하지만, 잦은 회식과 술자리로 인해 쉽지 않다. A씨는 상담결과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 비만 관련 대장암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지므로 식사 시 약간 배고픈 듯이 먹고 폭식·과음을 피하고 유산소운동(빠른 걷기, 자전거, 수영 등)을 규칙적으로 주 3~5일 이상 하라"고 조언을 받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으로 생기는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유발되는 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중성지방이 높거나 고밀도지단백(HDL)콜레스테롤이 낮음), 혈관병증 등 여러 가지 대사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병군이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5㎝ 이상), 고혈압(수축기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5㎜Hg 이상, 고혈압약물 치료 중), 공복혈당(100㎎/㎗ 이상, 당뇨병약물 치료 중), 중성지방(150㎎/㎗),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남자 40㎎/㎗, 여자 50㎎/㎗ 이하) 등 5가지 위험 요인 중 3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진단된다.

복부비만, 특히 내장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사증후군 환자는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남자는 1.6배, 여자는 2.7배에 이른다. 정상인과 비교할 때 뇌졸중 발병에 의한 사망 위험도 남자는 1.7배, 여자는 1.5배나 높다.

◆ 비만 과식·폭식이 주범…약물복용도 원인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34.8%(남자 40.7%, 여자 24.5%)가 비만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BMI) 25~29.9㎏/㎡는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본다. 23㎏/㎡ 이하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기준은 우리나라보다 느슨하다. 미국, 유럽 등 서구는 BMI 25㎏/㎡ 이하를 정상, 25~29.9㎏/㎡는 과체중, 30㎏/㎡ 이상을 단순 비만으로 판단한다. WHO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비만인구는 5.5%(남자 5.9%, 여자 5.2%)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선진국과 달리 낮게 책정되어 국민을 근거 없이 비만의 공포에 떨게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같은 체질량지수라고 해도 복부비만이 같이 있으면 당뇨병과 고혈압 발생위험이 더 높다.

비만인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발생이 2배 이상 증가하며 이로 인해 관상동맥 질환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지방간, 통풍, 수면무호흡증, 하지정맥류, 담석증, 골관절염, 역류성식도염, 긴장성 요실금, 불임, 월경이상,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형유방, 발기부전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담도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이 초래될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은 간단하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열량에 비해 운동을 하지 않아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살이 찐다. 물론 비슷한 음식을 섭취해도 개인마다 지방 축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는 유전, 연령, 환경화학물질, 장내미생물 등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는 "비만은 갑상선기능저하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쿠싱증후군, 선천성 질환, 정신질환, 약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비만의 다른 원인이 없는지 먼저 확인하고 살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 비만 중 내장비만, 대사증후군 불러 더 위험

살이 찌게 되면 가장 먼저 복부에 지방이 쌓인다. 배에 과도하게 지방이 쌓인 복부비만은 체지방 분포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피하지방이란 말 그대로 피부 밑의 지방을 말하며, '똥배'로 보기에 안 좋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내장지방은 신체의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체강 내에 축적되는 지방이다. 여성은 피하지방이 많은 반면 남성은 내장지방이 많다. 피하지방은 엉덩이나 넓적다리, 상박부(위팔부분) 등 몸 둘레의 피부 밑에 축적된 지방이다. 내장지방은 복부의 내장 주위와 내장 속에 축적돼 있다.

피하지방은 만져보면 푹신하고 손가락으로 두껍게 잡힌다. 피하지방은 배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옆구리살 또는 배둘레햄이라고 불린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내장지방은 배 속 장기 주위에 축적돼 있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와 십이지장 등에서 소화되고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전달된다. 소장과 간 사이에는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을 실어나르는 고속도로인 '문맥'이라는 특수정맥이 있다.

간으로 전달된 영양분은 대사되어 그 영양분이 필요한 몸 구속구석에 배달된다. 이후 사용되고 남은 영양분은 '기름(지방)'으로 전환되어 몸 곳곳에 축적된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영양분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전신으로 가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장소인 내장지방으로 대부분 가게 되어 뱃살이 된다. 폭식이나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것이 내장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피하지방형 복부비만은 주로 하복부에만 지방이 몰려 있어 마치 서양배처럼 아랫배가 나온 볼록한 모양이다. 내장비만은 흔히 사과형 비만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의 모양이 마치 사과처럼 윗배부터 불러오기 시작해서 아랫배까지 둥그런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하지방과 내장비만의 정확한 판단과 비율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체중 혹은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인 사람도 내장지방 축적이 일어날 수 있다. 몸무게가 정상범위이면서도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있는 소위 '마른비만'도 있어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주의를 요한다. 비만치료 전문 병원인 365mc 대표원장협의회 김하진 회장은 "내장지방형 복부비만은 궁극적으로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성인병을 불러올 수 있는 초기 상태가 동반된 경우를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며, 대사증후군이 나타나면 비만에 대한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살 빼기' 정답

비만을 치료하려면 일단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다가 2~3일 만에 포기하면 안 되므로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체중조절을 위해서 표준체중을 구해서 이를 목표로 삼고 식사 조절 및 운동 요법을 계획한다. 치료 전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을 체중감량의 일차목표로 삼는다. 식사량은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표준체중에 약 30㎉를 곱해서 하루 섭취할 총칼로리를 계산한다. 표준체중은 남자의 경우 키(m)×키(m)×22, 여자는 키(m)×키(m)×21로 계산한다.

살찐 사람은 운동을 싫어하거나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에는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서 하루 20분씩부터 1주 간격으로 10분씩 늘려 약 1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인경 교수는 "약물 치료는 식욕억제제나 지방흡수 차단제 등이 있지만 식사와 운동요법 없이 약물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우므로 식사와 운동요법을 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 빼기 노력을 해도 효과가 없는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을 고려할 만하다. BMI가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심근병증, 지방간, 위식도 역류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코골이), 저환기증 △과체중에 관련된 관절질환 및 보행기능 저하 △다낭성난소증후군 및 지속적인 생리 불균형 등을 동반한 사람은 비만수술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만대사수술클리닉 이하예민 교수는 "고도비만 수술은 음식 섭취 자체를 줄이거나 혹은 섭취된 음식의 영양흡수를 줄임으로써 체중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감량된 체중을 장기간 쉽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근까지 수술의 안전성과 체중감소 효과가 뛰어나다고 밝혀진 수술은 '루와이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이다. 모든 수술과정은 복강경으로 진행되며 수술방법은 비만 정도, 동반 질환,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본인의 선호도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고도비만수술은 올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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