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라더니 '부농'의 자식…스가, 과장된 미담 탄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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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0. 오후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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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분슌 "부유한 딸기 농가 아들"
"대학도 야간 아닌 정식 졸업해"
고향은 축제 분위기 "동상 제작하자"
“눈이 많이 내리는 아키타(秋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농가를 잇고 싶지 않아 취직을 위해 도쿄로 왔습니다”

지난 2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표명 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잠시 저의 배경에 대해 말하겠다”며 풀어놨던 이야기다. 흙수저의 성공스토리로 포장돼왔던 스가 장관의 미담이 그러나 “과장됐다”는 보도가 한 주간지를 통해 나왔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의 '스가 요시히데 미담의 이면...집단 취직은 가짜다'라는 제목의 기사. [윤설영 특파원]
전날 발매된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스가 요시히데 미담의 이면…집단 취직은 가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가 장관은 빈농이 아닌 부유한 농가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아버지 스가 와사부로(菅和三郎)는 태평양 전쟁 중 남만주철도 회사에서 엘리트 직원으로 근무했고, 전쟁이 끝난 뒤 부인, 두 딸과 함께 아키타현으로 돌아와 농업을 시작했다.

슈칸분슌은 현지 딸기 농업인의 말을 인용해 “와사부로는 지역 농가수입을 올리기 위해 겨울에 수확할 수 있는 작물로 시작한 게 딸기였다. 지역에 2개 있었던 조합을 모아서 ‘아키노미야 딸기 생산 조합’을 별도로 만들어 농협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했다. 딸기 상자가 도쿄와 간사이(関西) 지역까지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슈칸 분슌에 따르면 그가 설립한 조합은 1970년대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 1980년대에는 조합의 판매액이 당시 3억7000만엔(약 4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8일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소견 발표회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시절인데도 두 누나는 대학에 들어가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스가 장관의 중고등학교 동창생의 말을 인용해 “요시히데는 머리를 길렀는데, 당시 머리를 기르는 건 유복하다는 증거였다. 이발소에 가는 것이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도 전했다.

스가 장관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올라와 종이박스 공장에서 일한 것은 사실이나, 알려진 것과 달리 ‘집단 취업’은 아니었다고 스가 장관의 친척 등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집단 취업은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농촌의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도시의 공장이나 점포에 취업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로 학교 교사들이 졸업생을 인솔해 공장과 점포를 돌아다니면서 취업을 시켰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슈칸분슌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혼자 도쿄로 와서 종이박스 공장에 취업했다가 수개월 뒤 그만뒀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스가 장관의 학력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라고 보도했다. 스가 장관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대학 야간부를 다녔다는 보도가 일부 있었으나, 사실은 사립대인 호세이(法政)대 법학부 정치학과를 정식 졸업했다.

한편 스가 장관의 고향인 아키타현에서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달 2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의 출신고등학교가 있는 유자와(湯沢)시에선 시 중앙공원에 스가의 동상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017년에 이미 스가 장관의 흉상을 제작하기 위한 실행위원회가 발족했는데, 총리 취임을 앞두고 흉상이 아닌 신체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입상(立像)을 제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스가 장관의 고등학교 2년 선배인 사이토 미쓰요시(斎藤光喜)전 유자와시 시장은 “스가는 고향의 자랑이다. 오래도록 명예로움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가 장관의 중고등학교 동창생들은 14일 시내 호텔에 모여서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을 함께 지켜볼 계획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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