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테비예의 전설’ 배우 김진태와 ‘신입 테비예’ 배우 양준모, 박성훈이 함께한 유쾌한 대화.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선진
서울시뮤지컬단이 2008년 이후 13년 만에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무대에 가져온다. 서울시뮤지컬단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한 작품은 1905년 러시아의 작은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아버지 테비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테비예는 지혜롭고 유쾌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로, 이번 시즌에는 서울시뮤지컬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양준모와 서울시뮤지컬단 간판 배우 박성훈이 연기한다. 이날 인터뷰는 두 배우에 특별한 게스트가 더해져 자리를 빛냈다. 바로 2008년 공연 당시 ‘테비예가 살아있다.’는 극찬을 받았던 배우 김진태. 과거와 현재의 테비예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진귀한 광경인가. 이는 신(神)과 신(新)의 만남인 동시에 한국뮤지컬계의 전설과 오늘의 만남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세 사람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작품을 향한 기대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시뮤지컬단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에요. 감회와 참여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진태 이번 공연이 서울시뮤지컬단에서 올리는 <지붕위의 바이올린> 일곱 번째 공연이에요. 저도 1998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테비예 역으로 무대에 오른 기억이 있어서 이 작품이 서울시뮤지컬단의 60주년을 기념한다는 사실이 참 기쁘죠.
박성훈 사실 이렇게 김진태 선생님과 만나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영광스러워요. 서울시뮤지컬단에 입단했을 때 작품은 물론, 선생님의 활약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제가 이 작품을 할 수 있어 굉장히 반갑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큰 역할을 맡게 되어서 좀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어요. 아무래도 연극으로 치면 <햄릿> 같은 작품이잖아요. 워낙 유명하고 좋은 작품이니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하고 있습니다.
양준모 제가 2008년에 김진태 선생님이 하셨던 공연을 현장에서 봤거든요. 그 이후로 소식이 없어서 다시 올라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올해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은 거예요. 거기다 제게 제안까지 주셨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잘 할 수 있을까?’는 작품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사히 참여하겠다고 한 뒤에 생각해보니까... 어우.(웃음)
듣다 보니 김진태 배우와 함께하는 자리를 두 분이 더 원한 것 같아요.
양준모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원작자가 선생님의 공연을 봤으면 ‘테비예가 살아있다.’라고 느꼈을 것이다!
김진태 그때가 정식 라이선스 첫 공연이었는데, 유대인 출신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과 함께 했거든요. 공연 막이 오르기 전 리허설을 한참 하고 있는 와중에 저를 부르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고 갔더니 자기 할아버지가 유대인인데, 제가 연기하는 테비예가 그분과 똑같다고 하더군요.(웃음) 공연을 보러 왔던 외국 관객들도 무대 위에 진짜 테비예가 있다고 칭찬하곤 했었죠.
서울시뮤지컬단이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성훈 저희 단체가 갖고 있는 무기라고 한다면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서로 주고받는 호흡이 잘 맞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 작품이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양준모 배우는 서울시뮤지컬단과 첫 합을 맞춰보는 것인데, 단원들 사이에서 잘 녹아들고 있나요?
양준모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시뮤지컬단만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어요. 보통 작품을 하다 보면 연습과 공연 기간에만 만날 수 있으니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요. 그런데 단원분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 동안 가족처럼 지내고 계신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확실히 단체 안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있어요. 외부작업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들이죠. 저도 이 안에서 쉽게 동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테비예를 연기할 때 참고나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요?
김진태 멀리서 찾지 않았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생각했죠. 중요한 건 가족이에요.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가족.
박성훈 저도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죠. ‘아버지가 우리를 어떻게 키우셨지.’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미 포커스는 아버지에 뒀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인물의 민족성을 받아들이는 거에 있어서는 어렵지 않았어요.
양준모 저는 연기하면서 다른 걸 고민하게 됐어요. 지금의 저는 한국 뮤지컬 계보를 따졌을 때 딱 허리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시간이 흘러도 자신에게 걸맞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저희 세대에 달린 숙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한국 뮤지컬 분야에서는 김진태 선생님 위치에 자리한 분들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만 해도 나이와 상관없이 한 배우가 자신이 맡은 배역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죠. 그걸 보면 참 부러워요. 단순히 배우의 테크닉이 대단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배우가 살아온 인생이 작품에 전부 담겨 있으니까요.
김진태 그러니까 건강해야 해. 아프지 말고, 코로나 조심하고.(웃음) 제가 지난해 데뷔 50주년을 맞이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래오래 무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뿐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꾸준히, 무대에서 논다고 생각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테비예는 딸들이 자신이 정한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죠. 역할을 떠나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어떨지 궁금하더라고요.
양준모 개인적으로 저는 딸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테비예의 입장에 선다면 정말 하늘이 뒤집어질 것 같은 거예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비예는 끝내 딸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피붙이인 딸을 위해 소중한 신념을 내어주는 걸 보면 가족을 위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죠.
박성훈 누나가 있어서 테비예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 있거든요. 아버지께서 누나의 결혼을 강경하게 반대했지만, 뒤에서 몰래 우시곤 했어요. 그때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대본을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픈 거예요.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테비예가 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모습이 아버지의 마음과 겹쳐 보였죠.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고, 테비예가 가진 사상은 요즘의 젊은 층의 생각과 다른 지점이 많아요. 젊은 관객은 작품을 고리타분하다고 느끼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있거든요.
김진태 그런 생각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사회를 보면 가족이라는 개념이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잖아요. 특히 유교의 주된 사상이 효(孝)인데, 희미해져 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고전이 필요해요. 고전에 담긴 이야기들로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 떠나서 작품이 멋있고 감동적이잖아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면 좋지 않을까요.
양준모 고전이 오래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고전에 많은 변화를 줄 수는 없거든요. 클래식은 클래식 고유의 것을 가지고 있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니까요. 오페라만 생각해도 작곡가가 만든 곡을 건들지 않잖아요.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고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리면서 메시지만 확실하게 전달하면 된다고 봐요.
박성훈 물론 2008년 국립극장에서 했던 버전과 차이는 있을 거예요. 무대의 특성도 달라지고 이번에는 조명과 영상으로 대체하는 장면들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젊은 관객들이 보러 왔을 때 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들어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팬데믹 이후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물론, 서울시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같이 고전 작품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진태 고전 작품이 많이 올라오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고전은 영원한 거거든요. 고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꼈으면 합니다.
박성훈 고전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시대를 떠올려 보면 전쟁 등으로 시대적 고단함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고전이 주는 강한 메시지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시기에 더욱 희망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양준모 지금 우리 세대에서 푸치니나 베르디 같은 흔히 말하는 클래시컬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구시대의 감성과 현시대의 감성은 전혀 다르니까요. 예술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고전이 계속해서 올라온다는 것은 과거를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이 기대할 만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박성훈 대표곡인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이 굉장히 유명 하니 기대할만한 포인트일 것 같아요. 관객들도 한 번쯤 들어봤던 곡일 텐데, 온전히 잘 전달해야 하는 것은 저희의 몫이다 보니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어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김진태 또 작품의 타이틀이 <지붕위의 바이올린>이잖아요. 바이올린 연주자 피들러를 눈여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들러와 그의 선율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거든요. 마음의 소리라고 할 수도 있고, 믿음의 상징이자 신의 전달자일 수도 있죠. 그중에서도 저는 피들러를 ‘유대인의 혼’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는데, 관객의 상상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준모 작가가 피들러에 관해 명확하게 써주지 않은 이유가 선생님 말씀대로 관객의 상상에 맡기기 위함인 것 같아요.
공연이 전하는 주 메시지는 ‘가족의 소중함’일 텐데, 관객에게 주고 싶은 또 다른 메시지가 있을까요?
박성훈 이 세상의 모든 아버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양준모 저는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 관람한다기 보다 오셔서 클래식의 진수를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거의 13년 만에 올라온 공연이기 때문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희에게도 쉽게 오지 않을 기회죠.
박성훈 이번에 공연이 20회인데 양준모 배우와 제가 각각 10번씩 무대에 오르거든요. 더 하고 싶어도 못해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진태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팬데믹만 아니면 극장 객석이 꽉 채워지길 바랄 텐데, 지금은 거리두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래도 세종문화회관 방역이 아주 철저하니 안심하시고 가족 모두가 함께 공연을 보러 오셨으면 해요.
박성훈 코로나 때문에 외출하는 것도 큰마음을 먹어야 하겠지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연을 보시고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어요.
양준모 이번 공연 타이틀이 ‘고전의 무게를 벗어 던지다.’라고 되어 있는데, 고전을 버린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거든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고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고,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품이니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기간 2021년 4월 28일-2021년 5월 16일
시간 화-목 19:30 토 15:00 19:30 금·일·공휴일 15:00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격 VIP석 10만원 | R석 8만원 | S석 6만원 | A석 4만원 | B석 2만원
문의 02-399-1771
★가장 빠르게 공연 소식을 만나는 방법★
시어터플러스 네이버 포스트와 SNS를 팔로잉하세요!
네이버 포스트 상단 +팔로우 버튼 클릭!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eatreplus.official/
트위터 https://twitter.com/theatreplus_tw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eatreplus.official/
*기사의 저작권은 '시어터플러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무단 편집 및 재배포 하실 수 없습니다. 해당 기사 스크랩 시, 반드시 출처(theatreplus.co.kr)를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