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권휘가 8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2021. 2. 8.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최민우 기자] “저였어도 권휘라는 선수를 안뽑았을겁니다.”
두산 권휘(21)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을 자주 방문했던 두린이(두산 어린이팬)었다. 넓은 그라운드 위에 내리는 화려한 조명,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관중들이 보내는 함성은 야구 선수를 꿈꾸는 두린이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아버지 역시 “우리 아들이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싶다”며 응원을 보냈다. 가슴 한켠에 품었던 프로 야구선수의 꿈은 지난해 8월 22일 SK전에서 실현됐다. 1이닝동안 2안타를 내줬지만 실점없이 데뷔전을 치렀다. 권휘는 “안타를 맞고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점수를 내주면 2군으로 내려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또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절박한 심정으로 공을 던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군 무대를 맛본 권휘는 이제 신인왕 도전에 나선다.
두산 권휘.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사실 권휘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이 걸림돌이었다. 권휘는 당시 자신을 떠올리며 “수술도 문제였지만, 실력이 좋지 않았고 멘탈이 잡히지 않았다. 저였어도 권휘를 뽑지 않았을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렇지만 야구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학 진학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울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질롱코리아 1기에 지원서를 냈고, 호주로 향했다. 타국에서도 오직 야구생각뿐이었다. 프로에 입단한 친구들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구대성 감독과 장진용, 김병현, 김진우 등의 도움을 받아 좋지 않았던 투구 습관을 수정했다. 대선배들에게 투구 메커니즘과 멘탈관리 비법도 전수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권휘는 두산의 육성선수로 입단하게 됐다.
두산 권휘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프로구단에 몸을 담게 된 권휘는 조급한 마음이 더 컸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지 않으면 방출될 수 있다는 걱정때문이었다. 노력을 했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권명철 코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방향성을 찾은 권휘는 빠르게 성장했다. 2군으로 올라선 뒤 배영수·백차승 코치의 조언으로 투구폼도 바꿨다. 정통 오버핸드였던 권휘는 구속이 138~141㎞에 불과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만 구사하는 투피치 유형의 투수였지만 제구가 들쑥날쑥했다. 그러나 팔 각도를 내리고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했고, 결국 구속을 148㎞까지 끌어올렸다. 자신감이 오른 권휘는 1군에 콜업됐고,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다.
두산 권휘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권휘는 14경기에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하며 1군을 경험했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일까, 1군 스프링캠프도 합류했다. 육성선수에서 1군 무대까지 뛰어오른 권휘는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목표는 ‘신인왕‘이다. KBO 규정상 투수 신인상은 누적 출장수 30회 이내의 선수에게 주어진다. 권휘도 후보 자격이 있다. 키움 장재영, 롯데 나승엽 등 쟁쟁한 신인 선수들이 많은 올시즌, 권휘가 육성선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