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엔사 확대하려면 한국 동의 필요하다” 정경두 국방, 미국 외 회원국들에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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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4. 오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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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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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미국,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ㆍ유엔사 키워 주도권 확보 의심
ㆍ일본 등 추가에 이례적 반대 뜻



정경두 국방부 장관(사진)이 지난 7월 유엔군사령부에 소속된 16개국에 유엔사 규모 확대를 위해선 한국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당시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일본 등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일자 관련 기류를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방부 장관이 특정 사안을 두고 유엔사 회원국에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정 장관이 지난 7월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캐나다·터키·호주 등 유엔사 회원국 16개 나라의 주한 대사관에 유엔사와 관련된 우리의 입장을 문서 형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16개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유엔사를 통해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전력제공국이다.

정 장관의 입장문에는 “유엔사가 전력제공국을 추가하려면 한국과 협의를 해야 하고 한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들만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합참이 지난해 6월 개정한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도 한국의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약정 및 지침에는 유엔사 전력제공국 정의를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했거나 할 국가’로 규정했다. 이는 일본 등 6·25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국가도 전력제공국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 장관은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일본의 참여를 반대하는 동시에 전력제공국 확대는 반드시 한국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다른 유엔사 회원국들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7월 초 주한미군이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에는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이 일본을 전력제공국에 끌어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유엔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 5월 한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독일을 전력제공국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이 유엔사 규모를 키우려는 것은 역할 확대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사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유엔사는 “작전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이익을 고려해 한국군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과 맞물려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했을 때 한국이 국내 정치적 요소를 고려, 필요 이상으로 대응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사·유엔사 등의 관계를 규정한 약정(TOR)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이 담긴 ‘전략지시 3호’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미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 때 각각 TOR과 전략지시 1·2호를 작성해 연합사에 하달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 관계 등은 복잡한 사안인 만큼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 합참의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지침도 향후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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