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려대, 대학원생 인건비 가로챈 전 총장·교수 벌금형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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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30.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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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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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단서 지급한 8억여원, 공동계좌 만들어 빼돌려
지난 3월 교수 5명에 ‘500만~1500만원’ 약식명령·기소
한국연구재단서 ‘교수 40여명 착복’ 공익제보 확인 중
[경향신문]

고려대학교 전 총장과 산학협력단장 등 보직교수 5명이 8억원 넘는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일부는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려대 전 총장 ㄱ씨와 전 산학협력단장 등 교수 4명에 대해 벌금 500만~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사기 및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수 한 명은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약식명령을 받은 4명은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형이 확정됐다.

경향신문이 29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 4명은 대표 연구원에게 교수 또는 방장(연구실 대표), 피해 학생 명의의 공동관리 계좌를 만들어 관리하게 하면서 대학 산학협력단이 지급하는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이 계좌로 받아 빼돌렸다. 이 교수들은 고려대 산학협력단 산하 BK21 사업(브레인 코리아·고급인력 양성사업)단 소속이다. BK21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7년마다 선정해 사업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빼돌린 인건비는 모두 합해 8억원이 넘었다. 2011~2015년 총장을 지내고 2015년 퇴임한 ㄱ교수는 2009~2013년 산학협력단에서 154차례에 걸쳐 약 6566만원을 챙긴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전 산학협력단장인 ㄴ교수는 2010~2017년 397차례에 걸쳐 3억6121여만원을 편취해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부단장을 지낸 ㄷ교수는 2007~2012년 356차례에 걸쳐 2억2789만여원을 받아 챙겼다. 현재 산학협력단 산하에서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ㄹ교수는 2008~2014년 총 233차례에 걸쳐 1억8638여만원을 빼돌렸다. ㄴ교수와 ㄷ교수는 각각 700만원, 1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ㅁ교수 또한 산학협력단 산하 산업단의 단장을 맡으면서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학협력단 교외연구비 관리지침 등에 의하면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되는 학생인건비의 경우 연구책임자인 해당 교수의 청구에 따라 연구관리부서인 이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해당 학생연구원에게 직접 지급되며 연구책임자가 이를 공동 관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고려대 측은 해당 교수 5명의 기소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징계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립학교법은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약식명령을 청구받은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인사위원회 검토를 거쳐 징계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 그러나 징계에 관한 내용은 비공개”라고 말했다. 이어 “정년퇴직한 ㄱ, ㅁ교수는 징계위 회부가 어렵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달 초 이들을 포함한 고려대 교수 40여명이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를 착복했다는 공익제보를 받고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현재 4단계 BK21 사업 선정평가를 진행 중인 사업팀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세부 내용이 확인될 경우 평가가 끝나는 7월 말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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