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뷔 10년 김준수…그는 무대에서 매번 진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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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31.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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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뮤지컬 데뷔 10년 맞은 김준수
데뷔작 ‘모차르트’ 무대 다시 서
활동 어렵던 시절 뮤지컬로 제2인생 시작
“티켓 파워 연연하지 않고 무대 서겠다”


그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10년 만에 뮤지컬 <모차르트!>(세종문화회관·8월23일까지) 무대에 다시 오른 김준수를 보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어린 시절의 환영과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찐 눈물’을 흘린다. “원래 우는 설정이지만 ‘척’이 아니라 매번 진짜 운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모차르트의 심정이 내 심정 같아 자꾸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계에 데뷔했어요. 당시 1년 가까이 일을 못 하다가 뮤지컬을 만났죠.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을까,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답답한 시절이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차르트가 하고 있었어요. 그때 심정이 떠올라 유독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아요.”

당시 동방신기가 제이와이제이(JYJ)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풍파를 겪으며 마음껏 활동을 하지 못했던 김준수는 “막연하게 음악과 노래가 있어 뮤지컬에 도전했었다”고 말했다. 탈출구가 없을 것 같던 시절 <모차르트!>가 마음을 치유하는 디딤돌이 돼준 덕분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정상에 올랐고, 10주년이 되는 2020년 운명처럼 다시 <모차르트!>를 만난 것이다. 그는 “다시 만난 <모차르트!>가 초심을 잃지 않게 해줬다”며 “10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다시 돌아가면 지난 10년처럼은 못 할 것 같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아이돌로 활동하며 쌓은 팬덤이 뮤지컬로 이어져 별 어려움이 없었을 거라는 시선과 달리, 그는 “뮤지컬에선 늘 도전이었기에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힘들었던 건 뮤지컬계와 관객의 시선이었다. “당시만 해도 가수나 배우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가수 하다가 할 것 없으니 돈 벌려고 왔구나’ 하는 시선이 따라다녔죠. 이해는 했지만 심적으로 힘든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알아주겠지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어요.” 발성부터 바꿔야 했다. “10년 전 뮤지컬계에서 주류였던 성악 발성을 무작정 흉내 내기도 했지만 그들을 뛰어넘을 순 없었어요. 시행착오 끝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그대로 활용하고 샤우팅을 살리는 등 김준수만의 무기를 만들었죠.” 그는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만의 감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디셈버> <드라큘라> <데스노트> <도리안 그레이> <엑스칼리버>까지 8편의 작품을 하는 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그와 함께 연기했던 박강현이 “무대에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놀라웠다”고 말할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난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와 작업했던 한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시로 얘기하고 내 작품처럼 참여한다”고 말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슬럼프도 겪지 않는 등 무던한 점이 그를 성장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준수의 성장은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가 꾸준히 활동하면서 가수·배우의 뮤지컬 진입이 활발해졌고, 박효신, 테이, 규현 등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국외 팬이 몰려오는 뮤지컬 한류 바람의 시작점도 김준수였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또한 배우의 몸값을 전반적으로 뛰게 해 뮤지컬 제작비가 치솟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배우도 출연료로 말하고 축구 선수도 연봉으로 말하는데, 뮤지컬 배우만 감춰야 하는 분위기가 안타까웠다. 뮤지컬 배우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논란도 됐지만, 안 되는 걸 달라는 게 아니다. 뮤지컬계에서 누가 얼마를 받는 게 흠이 아닌 자랑일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예상외로 솔직했다. 그는 “뮤지컬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에스엠을) 나올 당시 노래 자체를 포기했어요. 당시 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겠어요. 비연예인으로 살더라도 지금보다 행복하고 싶어 나온 거죠. 그런데 뮤지컬을 만나 이렇게 노래도 하고 사랑도 받고 있죠. 뮤지컬이 가수로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줬어요.” 그가 창작 작품에 주로 출연한 것도 그런 뮤지컬에 보답하는 마음이 커서였다. “<모차르트!>를 하면서 창작 뮤지컬은 위험 부담이 커 제작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려면 창작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하지만 <엑스칼리버>처럼 그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때가 있다. 때로는 ‘김준수’의 이름에만 기댄 작품이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 대해 그는 “2014년 초연 때 혹평도 나왔던 <드라큘라>가 2020년 시즌엔 서사를 넣고 음악을 정비해 호평을 받은 것처럼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모차르트!>


힘차게 달리기만 했던 10년, 앞으로의 10년과 20년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그는 “목표는 없다. 단지 티켓 파워가 떨어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뮤지컬계의 일원으로 연기하고 싶다”며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음악인 만큼 내가 하는 작품에서 음악은 무조건 좋을 거란 점은 자신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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