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年 20%로 인하…"서민들 사채 내몰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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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6. 오후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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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7월 4%P 내려

고금리 대출받은 208만명
이자경감효과 5천억 기대

저신용 취약계층 어쩌나

제도권 대출 못받는 서민
당국선 32만명 추산했지만
시장선 최대 57만명 예상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현재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하반기까지 연 20%로 내린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져 취약계층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들이 제도권 밖에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올 하반기까지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겠다고 16일 밝혔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는 건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협의를 진행한 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데 최고금리를 24%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당정은 서민의 이자 부담은 줄이되 신용대출 공급은 감소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전 금융권의 20% 초과 금리 대출 규모는 300만건이 넘고 금액으로도 15조원 이상"이라며 "현 경제 상황에서 누구라도 2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면서 경제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 등 시장 환경이 갑자기 변할 때를 대비해 시행령 개정으로 최고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에 비해 시행령 개정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최고금리 인하로 지난 3월 말 기준 연 20%대 대출을 이용하는 239만여 명 중 208만명(87%)의 이자 부담이 낮아진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매년 4830억원 상당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가 리스크를 지고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 대출 문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연 20%대 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 가운데 31만6000명(13%)이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약 3만9000명(1.6%)은 불법사금융 이용 가능성이 크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2018년 2월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로 낮췄을 때를 보면 민간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대출자 가운데 약 12%가 불법사금융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매년 2700억원 이상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불법사금융 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대부업법 개정도 추진된다. 등록 없이 대부업·대부중개업을 하거나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를 받으면 최대 1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대부업체가 대출심사를 강화해 신규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10명 중 9명이 연 20% 금리인데,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사실상 신규 대출이 나가기 어려워진다"며 "업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정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중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사금융에 흘러가는 사람이 4만명이라는 금융위 예상은 신용등급 1~3등급만 두고 한 안일한 계산처럼 보인다"며 "저신용자를 포기하고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고신용자에게 몰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 약 57만명이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정책금융은 재원의 한계가 있어 지속가능한 시장 기능을 하기 어렵다"며 "대부업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대출 공급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등을 통해 개인 회생을 먼저 지원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채종원 기자 /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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