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대사' 전화…"먹다남은 깐풍기 어쨌나?"
정재남 몽골 주재 대사가 공관 행사 때 먹다 남은 '깐풍기'가 없어졌다면서 직원들을 닥달하고 결국 경위서에 인사이동까지 시켰다는, 새로운 유형의 갑질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민 세금을 아끼기 위한 조사였다는 게 정 대사의 해명인데 관저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물건까지 공관 운영비로 구입했다는 '세금 전용' 의혹도 나왔습니다.
임상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이낙연 총리가 몽골을 방문한 뒤, 정재남 대사가 직원들과 격려 차원의 오찬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른바 '깐풍기 사건'은 오찬 다음날 발생했습니다.
정 대사는 금요일 밤 이미 퇴근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행사 때 남은 깐풍기가 어디 있는지 물었습니다.
급히 여기저기 알아본 직원은 이렇게 보고합니다.
[직원]
"아르바이트생 2명이 마지막에 깐풍기를 챙겼는데…"
[정재남/주몽골대사]
"그 말에 책임지세요. 아르바이트생이 만약에 그랬다고 하면 걔네는 절도를 한 거네."
월요일에 출근해 다시 알아보니 다른 직원이 깐풍기를 버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 대사에게 이렇게 보고하자 왜 허위보고를 했냐며 경위서 작성까지 요구했습니다.
[정재남/주몽골대사]
"경위서를 써오세요. 왜 허위 보고를 했는지…당신 아르바이트생으로 몰아가려고 그랬잖아."
[직원]
"제가 말씀을 잘못…"
[정재남/주몽골대사]
"스무고개 할래? 인정할 건 인정하란 말이야!"
책상까지 내리쳤습니다.
[정재남/주몽골대사]
"의도가 뭐야 의도가? 어?…정말 화가 나니까 나가세요."
깐풍기의 행방을 잘 알지 못했던 직원은 결국 이틀 뒤 전보 조치됐습니다.
[주몽골 대사관 직원]
"지난 10년간 성실하게 근무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깐풍기 때문에 이런 대접과 질책을 받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랑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정 대사는 MBC와의 통화에서 깐풍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음식재료이고 인사 이동은 예정됐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은 깐풍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정 대사는 평소 공관 행사에서 사용한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하겠다며 자신이 묵는 관저에 올리라는 지시를 해왔고, 관저에 놓을 어항과 책장도 공관 운영비로 구입했다는 신고도 있었습니다.
한 여직원은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분 동안 퇴사를 종용당하다 며칠 뒤 스트레스로 실신까지 했습니다.
[정재남/주몽골대사]
"선택해. ***와 거취를 같이 할지, *** 떠날 때 같이 떠나든지, 어?"
[직원]
"시정하겠습니다."
여기에 비자 부정 발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외교부는 정 대사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편집: 문철학)
임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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