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전략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이 흥미롭다. 빅터 차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 대사 낙마 전까지는 트럼프의 핵 버튼 트윗처럼 과장된 허풍으로 여겼다. 하지만 매파로 분류돼온 빅터 차마저 수십만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코피 전략을 반대했다고 알려지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은 사람을 내칠 정도로 백악관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책상 모퉁이에 핵 버튼은 없지만 트럼프가 북한의 코피를 진짜 터뜨리려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공개된 셈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빅터 차 당시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온건한 관여주의(engage-ment)자였다. 김영삼 정부의 대북 봉쇄정책이 북한을 위험한 길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정부 시절에는 ‘관여’하되 ‘채찍’을 준비해야 한다는 ‘매파 관여주의(hawkish engagement)’자로 변신했다. 그런 사람을 내칠 정도라면 트럼프의 백악관은 이미 북한과 대화를 포기한 셈이다.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같은 대화파를 ‘드리머(꿈을 좇는 사람)’라 비웃는다고도 한다. 한반도는 지금 애들 장난 수준이 아닌 상황에 처해 있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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