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면전 기피 속 이라크 민병대 돌출행동 탓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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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0.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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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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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친이란 민병대, 양측 소강상태 깨뜨릴 훼방꾼 될 수도"

미군기지 로켓포 공격 되풀이…보복 다짐하며 미군철수 과격시위도

美•이란 최악피했지만…'親이란세력'이 숨은 뇌관? (CG)[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을 기피하면서 중동의 '일촉즉발' 위기가 다소 잦아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라크내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돌출행동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8일(현지시간) 1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이 미국 측 희생이 없도록 공격 수위를 사전에 조율했다는 관측 속에 전운이 옅어진 게 사실이지만,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양측의 불안한 소강상태를 깨뜨릴 "훼방꾼"(spoilers)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감행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8일 밤 미국 대사관이 인접한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로켓포 2발이 떨어진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9일 밤에도 바그다드 북쪽 80㎞ 떨어진 알발라드 미군 공군기지 인근 지역에 로켓포 1발이 꽂혔다.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되지 않은 연이은 로켓포 투하로 인해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이 같은 사례는 미국이 지난 3일 바그다드에서 벌인 드론 습격에 대한 이라크 내 무장 세력들의 복수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이 벌인 당시 드론 공격으로는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뿐 아니라 이라크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암살에 대한 대미 보복을 선언한 상태다.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은 이라크 정규군의 한 축인 시아파 민병대를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레바논과 예멘에서의 민병대와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 이란을 대리하는 무장세력으로 행세해온 이들 민병대의 한 분파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근처의 미군 기지에 포격을 가했고, 이날 공격으로 미국 용역업자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 미국인의 사망은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을 상대로 한 드론 표적 공습을 결정하는 주된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들 중 일부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의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또한, 이들은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원하는 이란 강경파의 지원을 받아 이라크로부터의 미군 철수 활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를 이끄는 카이스 알카잘리(가운데)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의 한 분파인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를 이끄는 카이스 알카잘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지난 5일 이라크 의회의 결의안을 미국이 거부한 것을 계기로 이라크내 저항 세력들은 미군의 주둔을 끝장내기 위한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제 순교자 알무한디스 사령관의 암살에 대해 이라크인들이 첫 대응을 할 차례"라며 미군의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제거에 대한 보복도 다짐했다.

이라크 민병대의 수중에는 이란이 미군 기지를 타깃으로 미사일 공격을 한 것과 비슷한 고도의 공격을 수행할 고급 무기가 없지만, 그들은 지난달 키르쿠크 공격에서처럼 미국인들을 죽일 능력은 지니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 측은 현재로서는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8일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에게 미국 목표물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바람직한 정보가 우리에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친이란 민병대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란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까닭에 이란은 이라크 민병대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라크 의회의 최대 정파 알사이룬을 이끄는 강경한 반외세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역시 미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기 위한 모든 정치적 수단이 소진될 때까지는 어떠한 군사 행동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추종자들에게 전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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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합뉴스 현윤경 기자입니다. 이탈리아, 교황청 관련 소식을 넓고, 깊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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