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밑도는 종목 속출
오토앤·유일로보·아셈스 등
일부 중소형주는 높은 수익
로봇·자율주행 테마 주목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고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코스피·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22개 종목 중 진단검사 플랫폼 업체 노을 등 8개 종목의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까지 발발하며 증시가 부진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규 상장만 하면 '묻지마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찍는 모습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일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대박 종목이 여럿 나왔다.
지난 15일 종가를 기준으로 오토앤 주가가 공모가 대비 280% 오른 것을 비롯해 유일로보틱스(143%), 아셈스(93%), 공구우먼(64%), 세아메카닉스(59%), 지투파워(58%) 등이 공모가 대비 5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공모가 대비 45% 수익권이다. IPO 시장 침체 속에서도 꼼꼼한 종목 선별을 통해 수익을 얻을 기회가 여전히 많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IPO 시장은 먹을 게 많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이 시가총액 3000억원 이하 중소형주였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투심도 위축됐다. 올해 1분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76대1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1154대1)보다 24% 낮은 수준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공모주를 받아 첫날 시초가로 매도할 경우 43.9%, 월말까지 보유했다면 43.6%의 평균 수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1분기 IPO 시장은 증시 하락으로 비우호적인 환경이었지만 산업재, 소재, 정보기술(IT) 섹터는 수요예측, 주가 수익률이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향후 성장동력이 높거나 정책 모멘텀 등 호재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생산 자동화 로봇 토털 솔루션 기업인 유일로보틱스는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점찍자 수급이 몰리면서 급등했다. 로봇 제진 제어 등 차별된 기술력에 힘입어 유일로보틱스의 고객사는 2018년 660여 개에서 지난해 1600여 개로 급증했다.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오토앤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오토앤은 자동차 관련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데, 향후 현대차와의 사업 연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퓨런티어는 산업용 PC,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등 자율주행 장비 부품의 내재화에 성공한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카메라의 50% 이상이 퓨런티어를 통해 공급된다. 향후 완성차, 전자 부품 업체와의 자율주행 사업 연결성 강화로 인한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1분기에 부진했던 IPO 시장 분위기는 2분기에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스퀘어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각각 다음달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에 돌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오일뱅크와 쏘카도에 2분기 상장이 예상되며, 마켓컬리도 지난달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하반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보통 2분기는 계절적으로 신규주 투자 성과가 좋은 시기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1분기 증시가 약세장을 거쳤던 만큼 2분기 시장이 반등에 나서게 된다면 IPO 투자 수익률이 더욱 양호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4월 특례상장 비율은 약 41%로 2017년(9.3%) 대비 급등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특례상장은 증권거래소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적용 기업 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미국 증시 또한 적자 기업의 IPO 비중이 닷컴버블 시절만큼 급증한 것도 주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