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부산 뮤지션의 시크릿플레이스

자신의 취향으로 낙원을 만들다, '가또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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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2. 07:30103 읽음

가또로스코에서 노래하는 '정세일'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시간들로 노래하는 보컬' _스카웨이커스 정세일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것은 본인의 삶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더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고민하고 경험한 거죠. 좋아하는 음식, 술, 인테리어, 음악 그리고 인연, 자신의 인생을 채운 것 중 가장 소중한 재산은 인연이라 말하며, 좋아하는 모든 것들로 채운 낙원에서 음악적 취향을 공간으로 노래하는 스카웨이커스 보컬 정세일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네 번째 순서는 바로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보컬 정세일 님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전 스카웨이커스 보컬, 현재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정세일 입니다. 사회 비판적인 가사로 울부짖는 듯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만 순하고 귀여운 반전 매력의 소유자입니다. 현재는 캐리비안 펍 '가또로스코' 사장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스카웨이커스(SKA WAKERs)

'스카로 사람들을 깨우는 이들'이라는 뜻의 스카 웨이커스(SKA WAKERs)'는 2007년부터 부산을 기반으로 자메이카의 음악(Ska, Reggae)을 하는 밴드다. 부산의 유일한 브라스 스카 음악 밴드로서, 2007년 부산대학교 재학생들이 만든 밴드 '웨이크업'이 그 시초이며 2012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어지간한 유명 밴드도 채우기가 쉽지 않은 대형 공연장을 매번 가득 채우는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스카 웨이커스는 '부산 지역 아이돌'이란 별명도 지니고 있다.

2021년 정식 데뷔한 이후, 국내 여러 도시는 물론 후쿠오카, 타이페이, 카오슝, 방콕 등 해외 초청공연까지 활발한 라이브 공연을 해오고 있다. 정규앨범과 싱글 앨범이 각종 매체에 소개됨은 물론,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주의 발견' 선정에 이어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출연하는 등 각종 음악 매체와 평론가들의 관심 속에 부산의 대표 밴드로 활동해왔다.

<앨범>
2012.08. 데뷔 EP 앨범 <스카웨이커스>
2014.07. 정규 1집 앨범 <Riddim Of Revolt>
2017.02. 정규 2집 앨범 <The Great Dictator>
2017.08. 정규 3집 앨범 <La Vita e Bella>

<공연>
2013. 일본 후쿠오카 <21st Sunset Live 2013>
2014. 대만 타이페이/카오슝 <Asia Connections Tour 2014 Taipel & Kaohsiung>
2014.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발
2015. 태국 방콕 태국한국문화원 <from Local to Asia vol.2>
2015. 제16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2017. 태국 빅마운틴 뮤직 페스티벌


Q. 뮤지션으로서 본인만의 시크릿 플레이스는 어디인가요?

A. 제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저만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15년 넘게 음악을 해오면서 생업을 따로 해야 했거든요.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직접 가게를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이곳은 부산대-장전동 사이에 있는 캐리비안 펍 <가또로스코>입니다. 부산에서, 아니 한국에서 캐리비안(쿠바, 자메이카 등)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가게는 흔치 않아요. 제가 사장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음식과 술이 굉장히 맛있습니다.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공간입니다.

캐리비안 펍 '가또로스코' 외부 전경

Q.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정세일님의 꿈의 공간, <가또로스코>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A. 화가 '마크 로스코'를 좋아해서 붙인 이름인데, 제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로스코'에요. 스페인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Gato'를 붙여서 'Gato Rothko'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거죠. '고양이 로스코'라는 단순한 뜻이죠.

Q. 누군가 언제든 노래를 불러도 좋을 만큼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가또로소코인데요. 이곳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제가 15년 넘게 음악을 해오다 보니까, 뮤지션 친구들이 많아요. 밴드 하는 분들이 자주 놀러 오시고 가게에 기타도 있으니까, 즉흥 공연이 많이 열립니다. 일반 손님분들도 재밌어하고요. 공연하려고 만든 가게는 아닌데 공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지금 2층에 간단한 음향장비랑 무대를 마련하는 중이에요. 날씨 좋은 주말 낮 시간대에 공연을 열어볼까 싶어요.

캐리비안 펍 '가또로스코' 2층에 준비 중인 공연 무대
가게 벽면에 붙여 놓은 고양이 로스코의 사진들

Q. 정말 좋아하는 거로 가득 채워놓은 가게군요. 그렇다면 이 가게와 어울리는 노래하나 추천해 주세요!

A. 제가 캐리비안 펍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한 'Havana meets Kingston'의 'Carnival'을 추천합니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와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뮤지션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인데, 두나라의 특징들이 잘 살아있으면서 장점들이 잘 버무려져서 아주 좋은 음악이 탄생했어요. 원래부터 그쪽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팀을 알게 된 후로 쿠바와 자메이카의 매력을 합친 음악을 만들고 싶어졌거든요. 그렇게 이곳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반하실 겁니다.

Q. 뮤직비디오 콘셉트도 정말 재밌네요. 음악도 여기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그 사이에 음식이 나왔네요. 비주얼만큼이나 맛 또한 끝내줍니다. 쿠바와 자메이카 음식이 함께 있네요! 요리를 배우신 건가요?

A. 아니요. 혼자 열심히 연습했어요. 1년 정도 준비했어요. 만들어서 먹어보고, 다시 만들어서 먹어보고, 주변 친구들 불러서 시식시키고 그러다가 살이 더 쪘어요. (하하)

쿠바노 샌드위치 / 자메이카 치킨버거

 Q. 자메이카 저크치킨이 너무 맛있네요. 비주얼만 좋은 게 아니네요. 이 요리는 어떻게 만든 건가요?

자메이카 저크치킨

A. 자메이카 저크치킨이 저희 집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손도 많이 가고 만들기도 힘들어요. 하루 전에 닭 손질을 직접 하고요. 제가 만든 양념에 하루 종일 재워야 해요. 그리고 초벌구이를 하고, 손님 주문이 들어오면 제대로 조리해서 나갑니다. 만드는데 최소 25시간 정도 걸리는 음식이요.

Q.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음식이라 정말 맛있어요. 음악 얘기도 다시 넘어가죠. 그렇다면 이 가게와 어울리는 싱어송라이터 정세일 님의 노래하나 추천해 주세요!

A. 제가 만든 노래 중에는 '걷는 걸 좋아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온천천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제가 온천천 걷는 걸 좋아합니다. 진짜 온천천을 걷다가 만든 노래거든요. 온천천에서 걸으면서 들으셔도 좋고요. 혹시라도 온천천을 걷다가 저희 가게 보이면 올라와서 놀다 가세요.

Q. 부산에서 음악을 하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을까요?

A. 부산에서 음악 하면서 느끼는 장점...흠...(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부산에서 음악을 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부산에서 살면서 음악을 한다? 아니면 부산의 '음악씬'에서 활동한다? 후자에 가까운 질문인 것 같은데, 부산에는 '음악씬'이라는 게 제대로 존재하지 않죠. 제대로 된 활동을 하려면 지역에도 시장이 있어야 하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부산에는 그런 시스템이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활동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부산에 살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잘하는 분들이나 눈에 띄는 분들은 다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게 아닐까요. 그게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부산에 살면서 느끼는 장점이야 많죠. 살기 좋은 도시잖아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그거랑 부산에서 음악 하면서 느끼는 장점과는 다르죠. 부산에 살면서 부산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는 쉽지가 않죠.

솔직한 매력의 싱어송라이터 '정체일'님

Q. 지금까지 얘기 나눴던 뮤지션 분들도 다 그런 이야기를 하네요.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15년 넘게 음악을 해온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A. 결국 사람이 아닐까요. 제가 단점만 말하긴 했지만, 부산에서 같이 오랜 시간 활동해온 동료들이 많아요. 스카웨이커스로 활동했던 10년 넘은 기간 동안 쌓인 추억들과 우리가 직접 만든 앨범들, 그리고 공연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인연, 그런 것들이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다 재산이죠. 실제로 돈은 안 돼서 가게를 따로 냈지만. (하하) 어쨌든 제 주변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제 음악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드는 노래들의 주제로 많이 쓰이기도 하고요.

비록 우리 아직 어렵고 조금은 힘들지만
지금처럼 함께 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앞으로의 많은 날들을 우리 알 순 없지만
니가 아니었다면 내가 있을 순 없을 거야

불안한 미래를 부정하지는 말아
너의 곁엔 항상 내가~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해

<스카웨이커스 - Old friends 가사 중 발췌>

Q. 감동적입니다! 음악은 신나는데 왠지 눈물이 핑 도네요. 앞으로도 동료, 친구분들과 좋은 우정 이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예술인들을 위해 부산에 생겼으면 하는 공간이 있을까요?

A. 부산에, 아니 한국에 제대로 된 예술학교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예술 중학교, 고등학교 이런 개념이 아니라, '예술 놀이터'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이 정규교육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예술을 접하고 놀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러면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해왔어요. 그런 역할을 하는 공간이 부산에 꼭 생겼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홍보하고 싶은 것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A. 지금은 사실 가게 운영에 집중하느라 음악 활동을 거의 못 하고 있긴 해요. 밴드 스카웨이커스도 쉬고 있고, 그래도 틈틈이 제 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라고 딱 정해놓고 말할 순 없지만 언젠가 제 솔로 앨범을 낼 예정입니다. 전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하고 싶은 건 꼭 하는 성격이라서요. 언젠가 발매될 제 솔로 앨범을 기대해 주세요. 아 그리고 <가또로스코> 많이 찾아주세요♡

배웅하러 나와주신 '정세일' 님

*여러분들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스카웨이커스 @skawakers_official
가또로스코 @rothko_pub

SP. 가또로스코
A. 부산 금정구 장전온천천로 115
O. 매일 17:00~02:00 *휴무 공지 @rothko_pub

가또로스코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온천천로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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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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