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Little Ghosts’ 태국서 ‘공포의 대상’된 한국 내 태국인 불법체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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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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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인천공항에서 불법 취업 혐의로 태국인 400명이 집단 입국 거부됐다 [사진 출처 : The Nation]

'Little Ghosts(작은 유령들)'
태국에서는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들을 이렇게 부른다.
201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꼬마 유령(The Little Ghost)'의 제목에서 따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낮에 환한 세상을 다니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어 지내야 하는 신세는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하다.

한국에 불법체류 태국인 14만 명 추산…. 전체 40%

한국에 불법 체류 중인 태국인들은 약 14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 내 불법 체류자의 40%가 태국인일 정도로 단연 1위이다. 한국에서 일하면 태국인으로서는 제법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태국인 불법체류 실태를 보도한 태국 방콕포스트에 실린 서울 강남 모습(2019.9.29 Bangkok Post)

한국 내 태국인 불법 체류자는 '작은 유령'이란 말처럼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태국에 합법적으로 부여한 취업 쿼터는 연간 5천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90일간의 무비자 체류를 이용해 우선 한국에 입국한 뒤 일자리를 구해 불법 체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태국 공항에선 한 달에 약 500명씩 불법취업 혐의로 출국 금지되고 있을 정도이다.

태국인 불법체류자 대거 귀국 움직임…. 태국서 공포 대상

그런데 한국에서 코로나 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 내 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대거 귀국 움직임을 보이자 태국에서 이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규모의 불법 체류자들이 귀국할 경우 혹시나 이들을 통해 코로나 19가 태국 내에서 확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태국 방콕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 출처 : Bangkok Post]

태국 정부도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쁘라윳 태국 총리는 14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국민 한국 불법체류자 가운데 1만 명 정도가 귀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이미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2천300여 명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향후 10만 명 가까운 불법 체류자가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대 10만 명 귀국 가능성... 사실상 집단 격리 불가능

태국은 중국 우한이 봉쇄되면서 우한에 고립돼 있던 자국민 138명을 전세기로 데려와 14일 동안 격리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불법 체류자의 경우는 특정 지역에 격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원이 너무 많아 그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태국 정부는 조만간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삭사얌 칫촙 교통부 장관은 다만 대구에서 돌아오는 태국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이들을 관리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귀국 신청자 중 136명이 대구에서 거주하는 불법체류 태국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감염 확산 우려 속 소규모 공항 이용 방안 등 거론

일부에서는 이들이 귀국할 경우 방콕 수완나폼 공항이나 돈무앙 공항이 아닌 소규모 공항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공항을 이용할 경우, 자칫 감염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콕 수완나폼 공항 [사진 출처 : Khaosod English]

관광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태국에서는 어지간해서는 국제적 이동 제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한참 코로나 19가 확산할 때도 태국은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체 관광객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국 제한 소극적인 태국 자국민 불법체류자 귀국으로 고민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강제 격리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태국은 현재까지는 한국과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타이완, 일본, 독일,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싱가포르 등을 다녀온 모든 사람은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공항에서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 태국에서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아니라 그들이 '작은 유령'으로 부르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 중인 태국인들이다.

유석조 기자 (sj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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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프로필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기자를 거쳐 아침뉴스 편집부장, 국제부장, KBS 방콕 특파원으로 일했습니다.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뉴스를 재미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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