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조짐... 서울 집값 하락 신호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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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6.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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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크게 오르던 서울 강남권에서 최고가를 찍었던 아파트가 수억원씩 싸게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고가 아파트를 타깃으로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일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는 지난달 전용면적 84.96㎡가 21억7000만원(5층)에, 106.148㎡(8층)는 25억5000만원에 각각 손바뀜이 일어났다.

이 단지 84.96㎡는 작년 6월 20억원을 돌파하고 12월에는 26억8800만원(10층)까지 치솟았다. 층수 등 조건이 다르지만, 5억원 이상 싸게 거래된 셈이다. 전용 106.148㎡는 작년 11월 28억원(14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억5000만원 싼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작년 연말 24억900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전용 84.99㎡가 지난달 23억원(6층, 16층)에 두 건 매매됐다. 작년 12월 최대 29억5000만원에 거래된 114.99㎡짜리도 지난달 24억1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역시 5억원 이상 싼 값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e편한세상’ 전용면적 59.60㎡는 지난달 16억3000만원(18층)과 16억5000만원(9층)에 각각 거래됐다. 작년 12월 17억9000만원(6층)까지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은 지 약 두 달만에 1억원 이상이 빠진 것이다.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 아파트 단지. /조선DB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84.99㎡짜리 3층과 6층이 지난달 각각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약 두달 만에 2억원이 빠졌다. 이 면적은 작년 12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정부가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초고가 아파트 가격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전문위원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권 초고가 주택 시장이 2월 들어 12·16대책의 영향을 확실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는 대출이 막혔고, 1주택자의 갭투자 역시 제한된 데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까지 영향을 미치며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 시장이 △9억원 이하, △9억~15억원 이하, △15억원 초과, △조정대상지역과 비조정대상지역 등으로 세분화돼 과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15억원 초과 아파트뿐만 아니라 9억원~15억원 이하 아파트 역시 규제 영향을 받기 때문에 12·16대책에 이은 2·26대책에 따른 규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결국 올해 주택가격합산지수는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남 집값이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조금 더 많은 현실이다. 우선 급매에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남 집값이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심리적인 가격 저지선으로 작용해온 것은 맞는다"며 "다만, 현재는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일부 급매에 따른 현상일 수 있어 향후 거래량과 가격 변동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 주택수급 상황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의 주택가격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보유세 부담 증가 등이 겹치면서 재건축 및 초고가 아파트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조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거래가 안 된다는 건 약세로 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거래량 감소에 따른 조정이 길어지면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향후 가격 금리 인하 가능성, 강남불패에 이은 서울불패 인식 등의 변수가 있어 하락세를 논하기 이르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4구 중 강동구를 제외한 서초, 강남, 송파구의 입주량이 많지 않은 점,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금리인하 카드도 유력시 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코로나19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택 가격은 강보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한국감정원의 통계와 민간 조사기관의 통계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한 반면,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조사에서는 여전히 '플러스'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3월1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강남11개구의 집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서초구(-0.08%)는 일부단지에서 급매가 나오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강남구(-0.08%)는 재건축 위주로 하락했다. 반면 KB부동산 리브온의 3월 첫 주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다. 서초구는 0.07%올랐다.

[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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