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속 승진 감사원 실세 총장, 3년 전 응급실 폭행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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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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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신임 사무총장이 지난 6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감사원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photo 감사원


감사원 실세로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차관급)이 2019년 1월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간호사를 폭행한 사건으로 입건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측에서는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사건을 최초 수사했던 경찰과 이를 넘겨받아 최종 불기소 처분한 검찰, 그리고 감사원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이용구 전 차관 주취폭력 사건'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언론보도와 경찰 그리고 감사원 내부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유 사무총장은 2019년 1월 11일 오전 3시경 넘어져 찰과상을 입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유 사무총장은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진료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고, 그가 휘두른 손에 간호사가 다쳤다고 한다. 병원 측은 "유 사무총장(당시 국장)이 응급실 의료진에게 갑자기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다"면서 "옆에서 다른 직원들이 '국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병원 측은 주취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 사무총장을 분당경찰서에 신고했다.

제2의 '이용구 폭행사건'?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조사 결과 유 사무총장이 간호사 눈을 찌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료진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다쳤기 때문에 폭행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경찰은 유 사무총장을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사건 당시 구체적 상황이나 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기소 혹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내용을 보다 정확히 확인해줄 수 있냐"는 기자의 요청에 "그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 사무총장은 인사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등에서는 유 사무총장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당시 유 사무총장의 주취폭력 사건이 몇몇 언론을 통해 외부에 이미 알려졌고 조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폭행이 있었다는 진술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CCTV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유 사무총장의 실명 대신 '감사원 모 국장'으로만 언급됐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응급실 내에서의 폭력 등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처벌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폭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는데 검찰에서 이를 불기소 처분을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를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나아가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혔을 땐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위 공무원의 경우 입건된 사실만으로도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이용구 전 차관의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2020년 10월 귀가 중이던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는 등 위협 및 폭행을 가했으나 경찰이 이를 은폐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은 운전 중 기사 폭행은 특별가중처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입건해야 하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수사 종결 처리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이 변호사가 법무부 차관에 지명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정황이 발견됐고, 최근 검찰은 이 전 차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유 사무총장 사건과 이 전 차관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하게 전개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응급실 폭행은 합의돼도 처벌 가능성"

감사원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아 임명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급 국장직인 감사연구원장이었던 그를 1급직인 감사원 1·2차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차관급인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때인 2020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점을 감사해 경제성 조작에 관여한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으며, 올 1월 인사에서 비(非)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좌천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이번 인사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2직급 승진했다.

감사원 한 관계자는 "감사원장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만큼 유 사무총장은 사실상 실세 사무총장"이라며 "아마 유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 교체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최근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전(前) 정권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혐의로 공공기관감사국의 A 과장과 일선 감사관 등 5명을 감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감찰을 지시한 것도 유 사무총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차관급인지만 감사원의 실제적 업무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로 공직사회에서 '암행어사'로 불린다. 2급에서 차관급으로 단번에 승진한 것은 고위공무원단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인사지만 내부 위계를 중시하는 감사원에서 이 같은 인사는 설립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측 설명대로 그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취폭력으로 물의를 일으켜 언론에까지 보도된 인물이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가정보원 한 직원은 "과거 고위공직자 인사 파일에는 유 사무총장 사건과 관련해 입건은 물론이고 신고 과정부터 전부 기록되어 인사검증 자료로 활용했다"며 "지금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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