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에서 물건 훔치면? “자동결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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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05. 오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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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유통·IT, 기술로 하나되다②]IT기술로 살아난 유통업… 클라우드·AI로 먹고 산다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가속화되면서 유통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통기업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장 개념에서 탈피해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가상공간 ‘메타버스’ 안에 입점해 브랜드 스토리를 알리는가 하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착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고객 편의를 돕기 위해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지는 ‘무인점포’도 늘려나가고 있다. 유통 환경 전반에 걸쳐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CU 하이브리드형 편의점./사진제공=CU
‘무인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18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진행한 ‘무인매장에서 물건 훔치기’(Stealing From a Cashierless Store)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에서 NYT 기자들이 음료수를 몰래(?) 가지고 나왔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자동결제됐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리테일 테크’(유통기술·Retail Technology)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차세대 IT 기술이 접목된 소매업을 뜻하는 ‘리테일 테크’가 국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살 물건 미리 예측해 배송까지?… 소매업 생존전략으로 떠오른 ‘리테일 테크’


세븐일레븐의 무인점포 'DDR 1호점'에 탑재된 핵심 기술. /사진제공=세븐일레븐
리테일 테크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대중에 익숙한 키오스크(무인단말기)나 셀프계산대부터 무인결제매장을 구성하는 보안시스템과 고객행동분석시스템 등이 모두 리테일 테크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리테일 테크도 확장돼 왔다. 과거엔 물류창고에서 물품 입고와 출하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사례에 국한된 개념이었다면 최근엔 유통·물류·제조까지 IT 솔루션이 적용된 모든 유통 서비스를 아우르도록 범위가 넓어졌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수요를 예측해 물건을 제조하는 시점부터 로봇을 통해 배송을 완료하기까지 IT 기술이 접목돼 있다면 모두 리테일 테크로 정의한다.

리테일 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소매업이 위기를 맞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현상이 벌어지면서 주목받았다. 미국 리테일 테크 연구·개발 컨설팅 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문을 닫은 미국 오프라인 매장 수는 총 9302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는 그 수치가 더욱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이 국내 소매업 매출의 50%가량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론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의류에 한정해 봤을 때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것이 오늘날 소비 트렌드”라며 “재고를 쌓아놓던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을 미리 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 형태로 점차 변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 속에 리테일 테크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IT기술을 적용한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 편의성 향상과 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두면서다.

계산 없이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차세대 쇼핑 기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내세운 아마존 무인매장 아마존 고. /사진=로이터
리테일 테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가 대표적이다. 차세대 쇼핑 기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내세운 이 매장은 비전 AI 기술과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의 클라우드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 도입으로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로봇 ‘스카우트’(Scout)를 활용한 근거리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에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올해는 소비자가 사려는 물건과 시점을 예측해 미리 배송하는 ‘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일이 입력하던 제품 정보, ‘클라우드’로 해결


기업은 리테일 테크가 주는 여러 이점 가운데 비용절감 효과에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2019년 진행한 조사에서 소매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IT 기술 적용으로 주문 과정이 간소화됐으며 매장 운영과 보안 등에서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AI 로봇이 응대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갔던 부분이 기술로 대체되는 추세”라며 “비용을 줄여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통업계 특성상 리테일 테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많은 유통업체가 자동화된 결제와 주문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인 것도 비용절감 목적이 컸다. 새로운 결제 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고객이 스마트GS25에서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클라우드 POS가 지난 몇 년 동안 주목받는 리테일 테크 기술로 떠오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클라우드 POS는 클라우드 서버에 관련 비즈니스 처리방식을 구현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형 솔루션이다. 사업자는 결제 기능 외에도 스마트 오더나 배달 서비스 등 클라우드화된 다양한 POS 기능 중 원하는 것만 골라 즉시 이용 가능하다. 

신세계I&C 관계자는 “클라우드POS는 기존 POS 대비 50~90% 운영 비용을 절감하도록 도움을 줬다”며 “POS의 디바이스 유형(모바일POS·태블릿POS 등)과 OS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리테일 테크 기술의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디지털유통센터 관계자는 “유통기한 관리가 필요한 신선식품도 현재 유통중인 바코드(European Article Number·국제공통상품코드) 만으로는 유통기간 등의 데이터를 넣을 수 없다”며 “규모가 작은 중소물류센터에서 일일이 입고된 날짜를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과정에서 상품이 언제 들어오고 나갔는지 정보가 포함된다면 시간 단축은 물론 업계에선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프로모션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똑같은 상품이라도 바코드를 찍었을 때 점포마다 다른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POS가 더 활성화될 경우 신상품 등 한번의 등록으로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등록돼 다른 점주가 그 정보를 가져다 쓰는 환경 역시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66조원대로 커지는 리테일 테크 시장


로봇 키오스크 ‘브니’(VENY). /사진제공=세븐일레븐
2017년 107억4000만달러(약 12조원)였던 리테일 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582억달러(약 6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며 국내 기업은 자체적으로 SI 기업을 설립해 리테일 테크를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와 롯데정보통신이 대표적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올해 리테일 테크 통합 브랜드 ‘스파로스’(Spharos)를 출시하고 ▲클라우드(POS·멤버십·관리(CMP)) ▲AI(챗봇·개인화추천·수요예측·시각화) ▲스마트리테일(셀프계산대·스마트선반·셀프서비스 스토어) 등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롯데정보통신은 로봇 키오스크 ‘브니’(VENY)와 스마트 카트 등 제품 약 2500대를 리테일과 식음료 매장에 공급했다.

카트 안에 설치된 리더기에서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카트자체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카트. /사진제공=롯데정보통신
리테일 테크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IT 기업과 제휴를 체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GS리테일의 스마트 시스템 편의점에는 ▲안면 인식 출입문 개폐 기술 ▲상품 이미지 인식 스마트 스캐너 ▲상품 판매 분석 후 자동 발주 시스템 ▲상품 품절 알림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과 관련한 LG CNS의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기술이 적용됐다.

리테일 테크 시장 확장에 따른 비용절감 이면엔 대량실업 문제가 자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올 1월 발표한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에서 기업의 48.9%는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리테일 테크로 인한 무인화가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정희 교수는 “정부는 점차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줄어드는 일자리를 다른 부분에서 채우려는 노력이 어렵더라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교수는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에서 만들어진 여러 규제를 먼저 손봐야 한다”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와 영업일 제한 등으로 주변 상권도 같이 침체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규제만 풀어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리테일 테크 분야가 다양한 만큼 각 기업이 사업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KEA 관계자는 “리테일 테크 영역과 보유 기술에 대한 객관화가 필요하다”며 “많은 기업이 각 리테일 테크 분야에 발은 딛고 있지만 확장 계획에 대해선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리테일 테크와 관련해 어떤 기술을 갖고 있으며 어떤 영역에 접목한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세계아이앤씨 ‘셀프서비스 스토어’ Q&A
Q. ‘셀프서비스 스토어’가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다른 점은

A. ‘결제 방식’이다. 이전까진 현장 직원과 대면해 결제하거나 셀프계산대 등을 이용해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바코드를 센싱하고 결제수단(신용카드·간편결제 등)으로 결제하는 구조였다. 셀프서비스 스토어에선 상품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클라우드POS’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가 되게 만들어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Q. 내가 고른 물건을 어떻게 인식해 결제로 이어지나.

A.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 기반 비전 AI와 무게 센서를 활용해 고객의 쇼핑 동선을 추적하고 상품 정보를 인식한다. 고객이 쇼핑 후 매장을 나가면 클라우드POS를 통해 구매한 상품 정보가 전송되고 고객이 선택한 결제수단(신용·체크카드 또는 SSG페이)에서 결제가 진행된다. 고객에게 구매한 상품과 결제 내역이 전송되기까지 짧게는 5초에서 최대 5분 정도 소요된다.

Q. 과거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무인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잡지?’라는 궁금증을 가져왔는데 현재의 셀프 스토어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특정 상황이 있나.
A. AI 비전과 무게 센서 기반으로 소비자가 쇼핑한 상품을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매장 내 물건을 가방에 넣거나 숨겨 나와도 상품은 정상 결제된다. 관련 기술의 고도화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상품 인식과 결제 정확도 등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Q. 매장 내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보안 우려도 제기된다.
A. 셀프서비스 스토어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상품의 인식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되며 안전하게 처리된다.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또 셀프서비스 스토어에 설치된 카메라로 고객의 안면정보를 수집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비전 AI 기술은 생김새나 옷차림 등 인상착의가 아니라 ‘움직임’ 정보만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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