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재밌네’…새 놀이에 빠진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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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8. 오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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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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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코로나19 격리자·자발적 격리자들 “지루해서”…달고나 커피 만들기·랩 연습
ㆍ실내생활 길어지자 묘안들 공유
ㆍ“비슷한 처지 사람들과 소통하니 무서움 없애고 심심함 달래 좋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외출이 제한되는 가운데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소소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구리당당’ ‘비보 TV’ ‘김탄소’ ‘코알라네 세탁소’ 유튜브 채널.


“너무 심심해서 제가 집에서 랩을 연습하고 있거든요. 이게 무슨 노래인지 아시는 분?”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한 직장인 유튜버가 스스로 체온을 잰 뒤 카메라를 보며 랩을 하기 시작한다.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또 다른 유튜버는 보건소에서 날아온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음성 판정 받았어요”라고 말한다. 댓글에는 “축하한다” “격리생활도 얼른 끝내시길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가격리자는 물론 실내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소소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잘 살아서 저도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게요!” 충북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2주간 격리됐던 한 우한 교민은 지난달 17일 격리시설을 떠나며 기록한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 채널 ‘코알라네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 교민은 ‘슬기로운 격리생활’이란 제목의 영상을 4회 연재했다.

격리자용 구호물품을 ‘언박싱’하고, 안내방송에 따라 체온을 재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8일 기준 66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제가 지금 격리가 돼 있지만 밥이나 간식도 잘 챙겨주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솔직히 너무 만족한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일 0시 기준 7000명을 넘어섰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의심환자는 1만9000여명으로 접촉자 등을 더한 자가격리자는 전국에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자가격리 중인 일상을 찍어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날 낮 12시 유튜브에 ‘코로나19 확진자 브이로그’를 검색하니 ‘격리생활: 보건소 갔다가 앰뷸런스 타고 집에 온 브이로그’ ‘신종코로나 자가격리 중 속마음 브이로그’ ‘코로나19 자가격리 중 경기도에서 구호물품이 도착했습니다’ 등 제목의 영상이 수십 건 검색됐다. 자가격리 브이로그 영상을 게시한 한 유튜버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를 막연히 무서워하는 분들께 자가격리 생활수칙을 공유하고, 저 역시 사람들과 소통하며 심심함을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셀프 격리’에 들어간 사람들도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달고나 커피’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SNS에서 유행 중인 달고나 커피는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넣은 뒤 400번 이상 휘저어 만들어진 거품을 차가운 우유 위에 얹어 마시는 음료다. 설탕을 불에 녹여 만드는 ‘달고나’와 큰 연관성은 없지만, 여러 번 저어서 만든다는 점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집에서 달고나 커피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유튜브엔 레시피를 담은 영상이 연이어 올라왔다. 유튜버 ‘뚤기’는 조회수 200만회를 넘긴 영상에서 “400번이 아니라 1000번 정도 저은 것 같다. 팔뚝 사라지는 줄 알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한 이지영양(17)은 “사람들이 SNS에 달고나 커피를 만든 인증사진을 올리길래 한번 따라해 봤다”며 “평소라면 귀찮아서 하지 않았을 텐데, 가족들이랑 함께 만드니 재밌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랜선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달 29일 예능인 송은이와 김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보TV’ 개국 4주년 기념공연을 선보였다. 팬들이 앉아 있어야 할 객석엔 실제 예매자 이름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집에서 라이브 공연을 본 양모씨(28)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돼 아쉬웠는데, 유튜브 라이브로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위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 투어 싱가포르 공연과 서울 앙코르 공연 등이 취소되자 지난달 14일 네이버 브이라이브 중계를 통해 팬들에게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10곡 무대와 토크 타임 등으로 꾸민 랜선 콘서트에는 96만4600명에 이르는 접속자가 몰렸다. 9일 미니 2집 <있지 미>(IT’z ME)를 발매하는 그룹 있지는 같은 날 오후 8시 컴백 쇼케이스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수빙수 TV 유튜브 채널


“코로나19로 침체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레몬 챌린지’도 유행이다. 레몬 챌린지에 도전한 사람은 비타민C 함량이 높아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알려진 레몬을 통째로 먹어야 한다.

지난달 27일 맨 처음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 ‘코이티비’는 “레몬이 코로나(19)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없지만, 비타민 섭취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힘든 상황도 같이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영상을 제작했다”고 했다. 이후 유튜브에는 유명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레몬 챌린지에 도전한 영상이 줄지어 올라왔다. 이들은 레몬 먹기와 함께 코로나19를 상징하는 ‘19만원 기부’에도 동참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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