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운동뚱'으로 인생 역전"..김민경 걸어온 개그 20년

입력
기사원문
문지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개그우먼 김민경(40)에게 '운동뚱'은 인생을 완전히 바꾼 '타이밍'이었다.

2001년 11월 서울로 상경한 뒤 공개코미디에 도전했고, 2008년 KBS 2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뽑히며 개그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이던 KBS2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그는 올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5년쨰 방송되고 있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멤버로 사랑을 받는 동시에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유트브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으로 '근수저', '태릉이 놓친 인재' 등의 수식어를 얻었고, 이후 여성들의 생존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 tvN '나는 살아있다'부터 여성 야구팀을 구성하는 프로그램 유튜브 '마녀들'에 출연하며 완전한 전성기를 맞은 상태다.

김민경은 특히 '운동뚱'을 통해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필라테스, 종합격투기 등의 운동에도 능숙하다는 것을 아렸고, 운동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지 변신까지 꾀할 수 있었다. 김민경은 특히 필라테스 등에 강점을 보이며 남다른 유연성과 근력을 보여줬고, 이로 인해 '근수저'라는 신종 별명이자 부캐(부캐릭터)까지 손에 쥐며 호감 캐릭터로 단번에 올라섰다.

김민경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서울 상경 후 20년의 세월을 돌아봤다. 2001년 11월에 서울로 상경했다. 학창시절 내내 말 잘 듣는 딸이자 학생이던 김민경이 했던 최초의 반항. 김민경은 "저는 '이렇게 해!'하면 해야 하는 성격이다. 학교 다닐 때에도 사고 안 치고 하는 타입이었고,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살았다. 사고도 안 치고, 엄마가 '이렇게 해'하면 하고, 엄마한테 처음으로 반항한 것은 아마 대학에 가고 싶어서 엄마한테 처음으로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고, 또 서울에 올라올 때 이 일(개그우먼)을 하겠다고 서울에 올라올 때 '나 하고 싶어'했던 것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는 '민경장군'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부분. 적극적이고 당당한 부 캐릭터인 '민경장군'과 김민경의 실제 모습의 차이는 존재했다. 김민경은 "민경장군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면서 '나는 세다. 나는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보니, 뭐든 하면 잘해야 할 거 같았고, 승부욕도 있었지만, 지는 게 싫고, 더 강해진 거 같다. 저를 원래 알던 분들은 그런 부분에서 놀랄 때가 많았다. '너는 되게 순둥순둥한 성격인데, TV로 보여지는 것은 강하고 그렇다'면서 '너 원래 안 그렇잖아'하더라. 음식을 먹을 때에도 '너 그거 못 먹었잖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맛녀석'을 하면서, 음식을 가리는 것 없이 먹게 됐고, 또 예전의 저와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경은 서울로 상경한 이후 '개그 외길'을 걸어왔지만,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공채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고. 그는 세 번의 도전 끝에 '꼴찌'로 KBS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김민경은 전유성이 "포기하지 말고 끈만 붙잡고 있으라"는 말에 힘입어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서울에 온지 20년, 앞만 보고 쭉 달려온 셈이다.

달려온 끝에 만난 '맛있는 녀석들'은 김민경에게 힘이 됐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줬다. 김민경은 "사실 감독님들이 저를 많이 믿어주고 기다려주신 것도 있고, 항상 저에게 '너의 때가 올 거야. 너무 조바심 느끼지 말고,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말씀도 해주셨다. 셋 다(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너무 바쁘게 광고도 찍고 얘기하는데, 제가 낄 자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자기들끼리 광고 어필을 할 때 저는 할 얘기가 없더라. 다들 잘 나가서 좋고 부럽다고 했는데, 질투는 없었다. 그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운동뚱'을 하면서 제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고, '타이밍은 다 돌아가는거야 민경아'라고 하셨는데, 그 타이밍이 지금 와서 너무 감사하다. 저희는 넷 다 가족 같아서 '나는 이런 프로그램 힘들어서 고민이야'라고 하면 '무조건 해'라고 한다. 고민이 있으면 무조건 얘기하고, 막히는 게 있으면 상담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김)준현 선배가 얘기를 해주고, (문)세윤이가 '누나도 할 수 있어. 뭐든 부딪혀 봐'라고 해준다. (유)민상 선배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뭐 그런 것까지 고민해'라고 얘기해준다"며 '맛녀석'들과의 우정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운동뚱'의 성공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바. 헬스만 하던 때보다 현재 9~10kg을 감량했다는 김민경은 '운동뚱' 초창기, 일명 영식이 형(이영식 PD)와 매일 싸우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김민경은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사실은 매일 싸운다"면서도 "운동이라는 것이 매력적인 것이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면 '이 운동이 이랬어?', '이렇게 재미있었어?'하면서 처음에만 힘들고 결국 즐기면서 한다"고 말했다.

운동 전과 후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팬들의 인식 변화다. 팬들은 김민경에게 '근수저', '태릉이 놓친 인재' 등의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에 김민경은 "팬분들이 단어 선택을 너무 잘 하더라. 웬만한 방송인들보다 잘한다. '태릉이 놓친 인재'도 있고, '운동을 포기하고 우동을 선택한 자'도 있었고, '체육 대신 제육을 택한 자'도 있었다"며 "'운동뚱' 댓글은 웬만해서는 다 본다. 기사 댓글들은 상처가 돼서 안 보는데, '운동뚱'은 저를 응원하고 칭찬하고 이러시니 그거만큼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게 없다. '민경장군'도 저를 좋아하는 분들만 보다 보니까 그 목적으로 시작한 것도 있고, 위로를 받으려고 했던 것인데 댓글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김민경 하면 떠오르는 것이 '근수저'라는 말이 좋다. 마치 제 이름에 근수저가 호처럼 붙은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경에게 찾아온 또 다른 변화는 '수입'이었다. 김민경은 "운동 전에 비해 수입이 많이 늘었다"며 수줍게 밝힌 그는 "살 빠졌다는 얘기, 예뻐졌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수입도 따라왔다. 제 평생에 광고도 찍어보고 생활이 많이 바뀐 거 같다. 예전에 '운동뚱'을 하기 전에 제가 밥을 사는 날엔 '삼겹살을 어느 정도만 시켰으면 좋겠다'고 느꼈다면, 이제는 '먹어'라고 웃으며 말할 정도다. '한우는 느끼하니 얼마 못 먹겠지'하면서 살 수 있을 정도인 거다. 그중에 제가 '맛있는 녀석들' 중에 따지면 수익이 높은 순위가 아니라, 예전보단 많이 내지만, 아직 그분들(유민상, 김준현, 문세윤)을 이길 수는 없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민경은 광고의 수도 다섯 배가 늘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는 제가 입는 옷의 모델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그걸 포함해 다섯 개 정도가 됐다. 화장품이랑 화보를 찍었던 것이 컸나 보다. 운동을 하면서 예뻐졌다는 이미지가 생겼는데, 운동복을 입고 그런 모습만 보다가 '화보를 찍었네'해서 화장품 광고가 들어왔고, 샌드위치 광고가 들어왔고, 건강 광고에 마사지 광고도 들어오고 그랬다"며 "저는 사실 더 찍고 싶은 것이 치킨 광고다. 닭가슴살이나 먹는 광고도 좋아하는데 오히려 먹는 광고가 안 들어오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것은 바로 팬들의 반응. 그는 "헬스를 하고 나니 남성 분들이 워낙 좋아하고 댓글을 많이 남기더라. 옛날에는 '언니 좋아요'였는데, 어느 순간 '누나'도 많아졌다. 또 필라테스는 제가 하겠다고 한 거였고, '나도 하니까 여러분도 자신있게 하라'고 했던 거다. 필라테스는 재활 운동이고 꼭 해야 하는 운동일 수 있다. 그래서 힘을 얻고 필라테스를 하면서 보람을 얻었다. 팬분들이 '언니 때문에 시작한 운동 아직도 하고 있어요'라고 하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을 때마다 답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경은 공채 개그맨으로서의 지난 12년을 돌아보며 "저는 그때 큰 꿈이 없었다. '스타가 돼야지' 이런 것이 없었고, 너무 행복했다. 방송을 하고, 개그맨이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정말 하다 보니 쌓이는 거 같았다. 헛된 시간을 보낸 거 같지 않았고, 하다 보니 스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인터뷰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 가서 점을 보면 '마흔에 대박이 난다. 터진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부담감도 있었지만, '마흔에는 편해지고 좋아지고,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예전엔 마흔은 너무 많은 나이라 '그때까지 방송 할 수 있을까'했는데, 지금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경이 새롭게 설정한 목표는 바로 '행복'이다. "저는 멀리 가는 목표는 항상 없었다. 닥치는 대로 살았고, 살다 보니 이렇게 왔다. 지금도 사실 큰 목표는 없는데, '예능을 많이 해야지. 광고를 찍어야지' 이런 목표는 없고, 그냥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내가 일을 하면서도 행복하면 좋겠고, 돈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사실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힘든 뒤에는 또 다른 새로움이 있지 않나 싶다. 다들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조금은 밝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Copyrightsⓒ 스포츠조선(http://sports.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오늘의 엔터 랭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