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No.04 배리어 프리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극단 다빈나오와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 인터뷰!

From21C님의 프로필 사진

From21C

공식

2022.02.20. 17:1570 읽음

21세기 인터뷰 🗣

생생한 공연계 현장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들 주목!

극단 다빈나오의 김지원 상임 연출가와
모두를 위한 배리어 프리 공연, 소리극 <옥이> 제작 포인트✔
‘배리어 프리’ 공연의 미래 전망까지!


© 극단 다빈나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극단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공연 연출가이자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 김지원이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만들고 있어.
극단 다빈나오는 장애인들에 의한 연극 활동, 문화적 주체자로서의 전환을 위해 창단됐어. 장애 예술인들이 더 이상 문화의 수혜자만이 아닌 창조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well-made 한 창작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 공연계 안에서 장애인의 참여와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워 문화적 평등을 이루어 나가는 단체야.


© 문화포털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1년 장애 예술 뉴스와 이슈’ 설문조사에서 다빈나오의 대표작 소리극 <옥이>가 이용자 응답률 3위를 차지했어. 그만큼, 큰 인기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 생각해. 소리극 <옥이>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

<옥이>가 인기가 있다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야.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자 함이 아닌, 우리는 우리가 즐겁고 행복한 작업을 하고 싶었어. 배우들과 연출인 내가, 그리고 작업에 참여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옥이>를 통해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길 바랬어.
또 예술 안에서는 그 어떤 장벽도 없기를 바라면서, 우리의 작품을 보고 장애/비장애에 대한 생각이 아닌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었어. 우리의 모습이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관객 개개인의 가슴 속에 무언가를 담아가길, 다음에 또, 그리고 계속 보러 오길 바라는 마음이야. 그래서 우리의 작업과 작품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길 희망해.



소리극 <옥이>에선 무대의 시각적 모습을 묘사하는 일반적인 무대 해설과 달리, 해설자가 등장인물의 심리까지 설명해주더라. 시각장애를 가진 관객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해설로 느껴졌어. 이 같은 공연 해설을 준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뭐야?

<옥이>는 몇 년간 계속 수정, 보완하면서 발전시킨 공연이라 출연진의 변경, 무대 상황 등 정말 많은 수정이 있었어. 작품 안에서 함께 흘러가야 하는 해설이라 작품의 색깔, 느낌, 배우의 호흡, 행동 후 해설이 들어가는 타이밍까지 아주 섬세하게 작업하고 연습했어.
사실 우리에게 가장 큰 과제는 ‘어디까지가 관객의 알권리이고, 어디까지 상상력 증진을 위한 휴지인가?’에 대한 기준점을 만드는 거야. 실제 시각장애인이 출연하고 여러 유형의(전맹, 중도, 약시) 배우들과 함께 대본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었음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본적 사실 안내를 누락하지 말자(배우들의 장착 설명, 무대 설치 설명, 조명의 색 설명 등)’과 ‘연극 고유의 상상력은 관객 개인의 몫으로 남겨도 될 듯하다’로 나뉘었어. 결국은 컴퍼니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지~
장애를 떠나 관객 개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모호한 기준을 정리할 수 있는 기초 작업과 매뉴얼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 기준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목표점을 잘 찍어야 한다는 점에서 참 어려운 과제인 것 같아.
 


소리극 <옥이>에서 장애인 배우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무대 장치들을 보며, 내가 봐왔던 대부분의 무대 환경이 장애인 배우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장애인 단원들과 비장애인 단원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쓰고 있어?

사전 제작단계부터 무대디자인, 셋업까지 어떤 유형의 장애인 배우가 출연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 체크되어 진행돼.
극장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다빈나오는 무대 셋업 기간이 공연 날짜보다 훨씬 길어. 안전을 위해 무대가 설치되면 배우의 모든 동선을 스태프들이 일일이 체크하고, 무대 뒤 시각장애인이 만지고 다녀야 하는 곳에 부드러운 재질의 천이나 문풍지로 마감처리까지 다 해야 하지. 모두 다른 재질의 테이프나 나무로 인, 아웃과 공간을 체크하여 바닥 마킹을 해.
사실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해주신 제작소 스태프들이 우리의 환경을 알기에 나중에 철수하기 어려워도 튼튼하게 만들 수밖에 없음을 모두 알고 협조해 주셔서 참 감사해. 무대 위 뿐 아니라 뒤에서도 철저한 약속과 등, 퇴장까지 연습 후 그대로 이루어지게 진행되고 있어.
 

© 극단 다빈나오



배우가 가진 장애적 특징을 자연스럽게 서사와 캐릭터에 녹인 점이 인상 깊었어. 특히 주인공 옥이를 맡은 전인옥 배우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 비장애인 관객인 나도 장애를 가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위해 창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뭐야?

장애인을 불행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끊임없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지난 공연 중, 옥이가 도와 달라고 하는 모습에서 장애인을 불쌍하게 만들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어.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런 상황에서 도와 달라고 해. 옥이가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또 도와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용기이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는데.. 우리의 뜻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싶어 또 한 번 인식의 차이를 느꼈어. 장애인이 도와 달라고 말하면 불쌍하고 불행하단 인식, 그리고 옥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여성이 아니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고민들. 앞으로 창작 과정에서 그리고 표현의 방법에서 많은 부분 신경 쓰고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평등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외에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 돕는 것 또한 ‘배리어 프리 공연’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 다빈나오가 생각하는 ‘배리어 프리 공연’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어?

난 음성언어를 사용하고 내 친구는 수어를, 그리고 조금 다른 표현 매체(장애인의 몸)로 무대 위에서 예술적 언어를 사용하며,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일을 하고 있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연을 만들고, 이 일이 무대화되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공연이 많이 생긴다면, 그리고 자연스러워진다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 세대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함께 살아가지 않을까.
 


무대 해설, 수어 통역, 점자 안내지 제공 등 배리어 프리 공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어. 배리어 프리 공연을 만들며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

다빈나오는 처음 우리끼리 불편해서 시작한 것이 확장되어 배리어 프리 공연까지 만들게 된 거야.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배우들이 함께 하다 보니 우리끼리의 배리어 프리가 필요했지. 함께 작업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어.
그렇게 시, 청각의 불편함만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배리어 프리 공연에서 이제는 단순 통역 수준을 넘어 연극적 특성에 맞는 소재, 언어, 표현법, 배치, 템포, 호흡, 감정이입과 배제, 단어 선택, 관객의 알권리와 상상력 증진의 경계까지 아주 많은 부분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어. 수어와 해설의 등장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모두가 유기적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중이야.
 

© 극단 다빈나오



최근 공연계에서 ‘배리어 프리’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주 감사한 일이지. 잠깐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이 분야에 좀 더 전문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공연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현재 배리어 프리를 진행하고 있는 타 단체의 스크립터나 제작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더라고. 비장애인이 보고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정도의 안내가 개개인에 따라 상이하니, 이 기준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어디까지 확장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야. 나를 비롯 앞으로 더 많은 부분의 연구와 시뮬레이션 그리고 정착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
 


다빈나오는 ‘다 같이 빈 마음으로 나오시오’, ‘다 같이 빛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앞으로 배리어 프리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혹은 목표하는 바가 있어?

글쎄. 배리어 프리 분야에서 어떻게 빛나야 할까...하하
다빈나오는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 창작진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배리어 프리에 대한 노력을 하게 되겠지. 그 안에서 우리는 발전하며, <옥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작품을 창작해낼 거야. 그리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공연의 장르를 점차 넓혀 가지 않을까 생각해. 또한 관람객의 연령대 폭을 넓혀 아이들에게도 언어와 표현의 다양성, 그리고 장애인, 배리어 프리에 대해 자연스러운 인식을 갖게 할 수 있게 여러 장르의 작품을 창작해 나갈 예정이야.
 


마지막으로 앞으로 공연계에서 ‘배리어 프리’는 어떻게 작용, 변화하리라 생각해?

‘배리어 프리’가 공연 예술 내 단순 통역이란 기존의 인식에서 나아가, 더 넓은 의미로서 발전될 거라 생각해. 공연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아 다양한 형태의 표현 매체로 활용되어지고, 이러한 작업을 위해 수어나, 음성해설사가 가진 기능을 습득하는 예술인 역시 늘어나고 이를 통해 장애/비장애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야.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어. ^^

 


공연 트렌드 레터 From.21C가 궁금하다면?

프로필 링크로 구독하면 더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볼 수 있어!
포스트 팔로우와 ♥도 잊지 말아줘~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