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항체 알려줄 ‘전국 항체조사’…방역정책 길잡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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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20. 오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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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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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국 질병청 백신임상연구과장
지난 3월 31일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분기별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에 착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과학방역’을 공언하며 약속했던 내용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7일 실무자인 김병국(사진) 질병관리청 백신임상연구과장에게 이번 조사를 둘러싼 의문점을 물어봤다.



-대상 1만명을 선정해 혈액 채취에 다음 달부터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표본 채취 일정엔 지장이 없겠나.
“내부적으로 예산 확보는 다 준비했다. 이달은 표본 설계가 중요하다. 가급적 이달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 초 정도부터는 대상자와 접촉해 채혈할 계획을 하고 있다. 자발적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조사대상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텐데. 얻는 이점이라 할만한 게 있을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본인이 백신 접종 뒤 항체가 얼마나 생성됐는지를 궁금해한다. 감염 뒤 무증상으로 지나갔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로 궁금해한다. 검사 결과를 개별적으로 알려드리려 한다. 항체가 백신 접종 뒤 얼마나 유지가 되고 있는지, 혹시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증상으로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알려드릴 것이다.”

-대상은 만 5세 이상이라고 규정했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 부모 동의를 받는 건가.
“맞다. 모든 참여자는 본인의 직접 동의가 있어야 한다.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를 받는다.”

-주변에 자신의 항체 수준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표본으로 선정된 사람들 이외에 개인이 자원할 수는 있나.
“그렇게는 어렵다. 저희가 국토부 행안부 등 자료를 가지고 인구통계학적으로 대표 표본을 선정한다. 성별로도 정확한 퍼센티지가 맞아야 하고 연령도 맞아야 한다.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 연락은 많이 오지만 그런 식으로 지원자를 받으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떨어진다. 지원자 중 표본에 맞는 사람을 선별하는 건 오히려 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 것이다. 통계학자들이 대표성 있는, 조건에 맞는 분들을 선정한다.”

-지금 단계에서 항체검사가 무용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하면 항체 반응과 세포성 면역반응 두 가지가 일어난다. 항체 반응은 초기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중화하며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항체가 못 막아 감염되면 그 이후 세포성 면역, 다른 말로 T셀 반응이라고 한다. 항체 자체가 내 몸의 1차 방어벽이다. 때문에 이번 조사가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 몸의 항체가 얼마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1차적인 스크리닝 개념에서 항체조사를 하는 것이고, 영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선진국도 주기적으로 항체조사를 하고 있다. 저희도 그런 면에서 전국민의 대표 표본을 선정해서 실질적으로 얼마나 감염됐고 백신 접종 이후 얼마나 항체 가졌는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과거 인수위 발표 당시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지역이나 대상별로 방역정책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백신 접종뿐 아니라 자연감염자들, PCR 검사 확진은 되지 않았지만 숨어있는 감염자들이 있다. 지역별로 성별로 나이별로 유병률 별로 분류를 할 것이다. 어느 지역에 몇 세까지가 자연감염률이 높더라, 이 지역 집중적으로 방역정책을 세심하게 세우자는 정도는 반영이 가능하다. (이번 조사뿐 아니라 앞으로도) 데이터가 계속 쌓여야 한다.”

-국토가 좁고 인구이동이 많은 국내 특성상 그런 분류가 의미 없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가능한 의견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의미 있을 정도로 두드러지는 수치가 있다면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환자가 발생했을 때처럼 그런 수준의 특징을 찾아낼 수도 있고, 오미크론의 경우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는데 그런 특징이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또 특정 지역에서 자연감염이 많이 발생했는데도 검사를 많이 안받아 확진자 수는 적다는 통계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점이 발견되면 고려해서 방역정책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중화항체 키트가 이번 조사에 필요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는데. 활용이 되나.
“저희는 항체조사 때 키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장비를 사용해 검사한다. 이번 검사와 키트는 관련이 없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키트가 (시중에) 있지만 질병관리청 차원에서 검증을 하지는 않았다. 따로 장비를 동원한다. 대상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혈액 내 존재하는 항체 두 종류를 검사한다. S항체와 N항체다. S항체는 백신접종자와 자연감염자 모두에서 검출되고, N항체는 자연감염자에서만 검출된다. 그 둘을 구별해서 검사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서 발견된 BA.4, BA.5 등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으로 생긴 항체를 회피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과다접종을 우려하는 가설 중에는 백신을 맞을 때마다 몸안의 T셀(면역세포)을 소모하느라 나중에 정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오히려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관련한 이런 가설이나 주장도 이번 항체 조사로 검증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가.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유행 변이주에 대한 조사를 하진 않는다. 그런 조사를 하려면 변이주에 대한 특이적인 항체반응을 조사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T셀 관련한 부분은 물론 가설이 많다. 면역저항성이 생긴다는 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코로나19 자체가 2년 정도밖에 연구되지 않았다. 이렇다 저렇다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사는 항체 가지고 전국민의 항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부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런 걸 검증하려면 따로 심도 깊은 조사 연구를 해야 한다.”

-예방접종 구간이나 접종의 효율성, 자연면역 수준을 따지는 게 결국 핵심인가.
“그렇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항체도 5~6개월 지나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추가접종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개별 설문조사로 개인 접종력과 확진유무를 함께 조사한다. 그런 통계분석을 하면 언제쯤 확진됐는데 기간이 얼마나 지나 항체가 얼만큼 소실이 됐고, 추가적인 접종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예방접종 체계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조사가 다른 추가 연구의 근거로 쓰이기는 어렵나.
“국내서 대규모로 항체조사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예전에는 국지적으로 몇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대상도 18세 이상이었지만 이번엔 5세 이상으로, 전국민 대표성 있는 표본 만들어서 하기에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질적인 전국민 대상으로 하는 건 처음이기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감염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도 지난달에 조사를 했다.”

-조사 도중에 새 변이 유행 등 감염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 통계적인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그래서 최대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려 한다. 통계조사는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해야 의미가 있다. 두세 달 걸리면 안 된다. 짧은 기간 집중해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국 의료기관 협조도 받고 있고. 최대한 정해진 기간 내에 진행하려고 한다. 앞으로 분기별로 진행할 텐데, 빨리 마무리해야 다음 분기도 준비한다. 지체될 요인도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 한다. 대상자로 선정된 분들의 적극적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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