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잡겠다더니… 정부,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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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26.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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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비트코인 [EPA=연합뉴스]


중기부 412억·국민연금 26억

위탁펀드 통해 거래소에 투자

우정사업본부도 8억7000만원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펀드 통해 거래소 지분 보유

홍종학 “거래소 불법 적발땐

투자금 즉각 회수하겠다”


중앙부처와 연기금, 금융·민간 금융기관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기관이 출자한 펀드의 경우 위탁 운용사가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해당 공공기관들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기관들의 자금 운용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출자한 2곳의 위탁펀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4곳 (두나무, 코인플러그, 코빗, 빗썸)에 2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소벤처기업부도 28개 펀드를 통해 복수의 거래소에 41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도 벤처캐피털 펀드 3개를 통해 총 8억7000만 원을 거래소에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부 등 정부부처가 출자한 모태펀드도 두나무 등 가상화폐 거래소 지분 투자에 쓰였다.

금융공공기관 역시 최근 민간 금융사에 투자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함께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두 나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는 다수 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펀드에 참여하는 간접투자(위탁투자) 형태로 이뤄졌다”면서 “위탁운용사가 투자를 결정했고 재무적 투자자는 직접 관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고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어 모태펀드 출자 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은 “거래소의 불법적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정권 자체가 민간에 있던 건데 지금 와서 정부가 자금을 회수하려면 그만큼의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며 “회수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대책과 정부 부처들의 투자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엇박자 정책에 이어 ‘내로남불’식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희한하게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나와 가상화폐 가격이 내려가면 그때 관련 펀드가 거래소 지분을 취득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투자자는 “가상화폐를 절대로 제도권으로 들여놓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도 이제는 믿음이 안 간다”면서 “당장은 가격이 내려졌지만 (돈을) 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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