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임자 못 찾아 공모 절차 늦어져"
日 외무성 "관저에 보복 리스트 존재"
한국 정부에 꾸준히 설명해도 소용없어
총리 관저와 아베 측근에 정보 접근 전무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가 한ㆍ일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지휘해야 할 주일한국대사관의 경제공사 자리가 4개월째 공석으로 놓여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에 쉽게 나서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던 한국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에서 경제산업성이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의 선봉에 서 있는 현 상황에서 정보 수집과 대응책 수립을 현장에서 이끌어야 할 경제공사의 공백은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공사는 정무공사와 함께 경제와 정무를 나눠맡으며 대사를 보좌하는 주일대사관의 최고위 요직이다. 외부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박근혜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임자는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된 양국 협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적폐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이름이 공개 거론되는 등 여권의 표적이 됐다. 이후 올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일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온 건 지난 1월 19일.
산케이 신문이 발행하는 '석간 후지'는 당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의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와 부품 수출을 금지하라는 목소리가 자민당내에서 높아지고 있다"면서 "경제산업성이 전략물자인 불화수소 수출 관리를 강화하면 한국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수출 규제 카드가 보복리스트에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경제공사가 물러난 3월 이후 현장 사령탑을 비워둔 채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서울의 한국 정부 소식통은 7일 "후임 공모절차에서 한때 최종 후보가 두 사람으로까지 압축됐지만, 부적절한 사유 등이 발견되면서 두 사람 모두 탈락하는 등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서 산자부로 이관된 이후 안그래도 경제산업성을 비롯한 일본 경제부처와 한국 외교부의 유대가 약해지는 상황”이라며 “경제산업성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 외무성은 "보복조치 리스트는 총리 관저가 중심이 돼 만들었다. 이 리스트에 담긴 조치들에 대해 우리 외무성도 여러가지 의견을 내고 있다"고 그동안 꾸준하게 한국 측에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핵심인 총리 관저 내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고 "잘 될 것"이라는 일 외무성의 '외교적 수사'에 의존한 나머지 허를 찔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외교부,주일대사관 모두 일본 총리관저나 아베 총리측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한국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외무성 등만 상대로 정보를 구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ㆍ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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