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휘발유 뿌려···日쿄애니 방화로 33명 사망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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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8. 오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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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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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방화
70여명 근무 건물에 휘발유 뿌려
방화범은 40대 남성 경찰 붙잡히자
"표절이나 하고"라고 말해
18일 오전 10시 35분께 방화로 불이 난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수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18일 오전 일본 교토(京都)시에 있는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에 방화사건이 발생해 33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NHK,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 스튜디오에서 불이 났다.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41세로 확인된 남성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와 "죽어라"라는 외침과 함께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NHK는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긴급체포된 이 남성이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표절이나 하고…"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남성이 교토 애니메이션의 작품에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교토 애니메이션 측은 "회사에 대한 항의가 적지 않았다"며 "특히 '죽어라'는 내용의 메일이나 살인 예고 메일을 받은 적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회사 측은 "그때마다 변호사와 상담하는 등 진지하게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회사 웹사이트에 올라온 협박성 글에 대해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전 10시 35분께 방화로 불이 난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잔불을 수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스튜디오 건물 인근의 주택전시관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오전 10시반쯤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렸다. 놀라서 밖에 나와 보니 스튜디오 건물 2층과 3층을 중심으로 짙은 연기와 함께 불이 번지고 있었고, 황급히 대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구조를 기다리다 못해 연기에 휩싸인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거나, 건물 외벽에 매달린 이들도 있었다. 화재 당시 3층 짜리 건물 안에는 직원 등 7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 30대가 긴급출동해 화재는 약 5시간 만인 오후 3시쯤 진화됐지만, 3층 건물이 전소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10시 기준 3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직후 현장을 빠져나오거나 구조된 30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부상자 중에는 심폐정지 상태의 중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도 상당수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상당한 방화 용의자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해 병원으로 이송, 응급조치한 뒤 방화 동기를 조사중이다.

용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와중에 "건물 내부에 액체를 뿌려 불을 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미뤄, 전문가들은 용의자가 건물 내부에 뿌린 액체가 휘발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화 현장에서 흉기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발견됐지만, 용의자의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참의원 선거(21일)를 앞두고 대형 방화사건이 발생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만큼 너무 처참해 말을 잃었다"며 "부상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로부터도 "애도를 표한다" "무사하길 기원한다"는 글이 트위터에 쇄도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1981년 설립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업체로,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에 본사를 두고, 교토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수는 160명이다.

이번에 불이 난 곳은 교토시 제1스튜디오 건물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에 TV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럭키☆스타' '케이 온!' '풀메탈 패닉'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이번 화재는 사상자수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2001년 9월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서 발생한 상가 화재사건(44명 사망, 방화 추정) 이후 일본 내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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