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유명 웹툰작가 계좌 압류..알고 보니 '동명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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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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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유명 웹툰작가 이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21일 한창 만화 작업을 하던중 이씨의 은행 계좌가 압류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것이다.

9일 이씨에 따르면 당초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계좌압류가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이어 A은행 압류팀은 자신이 한 대부업체로부터 500만원 가량의 민사소송을 당했다고 전했다. 크게 놀란 이씨는 확인작업에 나섰다.

■몰래 도박 오해, 명의도용 의심 '고통'
은행측이 알려준 사건번호를 조회해 보니 실제 한 대부업체가 4년 전부터 이씨 이름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이씨는 500만원이 이자일 뿐 원금 1000만원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재판 관련 우편물도 계속 발송했다고 돼 있지만 이씨는 그동안 받아본 서류가 단 1건도 없었다. 게다가 4년 전이라면 이씨가 군복무 중일 때다.

이씨는 군대에 있을 때 명의도용을 당했나 싶어 변호사를 선임, 추완항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추완항소는 소송 당사자가 판결일정을 몰라 불이익을 받거나 판결문 송달 착오 등 명백히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항소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가 은행 압류팀에서 알려준 민사소송건을 조회한 결과 사건의 당사자는 이씨가 아닌 이씨와 동명이인이었다. 웹툰작가 이씨는 1992년생인데 민사소송을 당한 사람은 이모씨는 1977년생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은행계좌 압류는 은행 측의 업무 착오였던 것이다.

이씨는 은행 측에 계좌압류를 제대로 한 게 맞는지 항의했으나 은행직원은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주민등록번호 확인 요구에 잘못을 인정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은행 "왜 성급하게 변호사부터 선임을.."
이씨는 개인정보관리 실수로 시간·금전·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은행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씨는 갑작스런 계좌 압류로 당장 생계를 위협받은데다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몰래 도박을 한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씨 역시 주변 사람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했는지 의심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것이다.

이씨 계좌 관할 지역 은행 대리점장은 직접 이씨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측은 사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채 변호사부터 선임한 것은 성급하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따지고 이씨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이 미결로 끝났으니 선임료를 이씨에게 돌려주라'는 말도 건넸다고 한다.

이씨는 “은행의 잘못된 일 처리 때문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 오해를 받았는데 은행은 본인들이 억울하다는 이야기만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업무 실수가 있었고 응대 과정에서 작가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점이 있었다"며 "이런 사례가 드물어 당초 잘못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고 다시 한 번 사과하면서 작가와는 원만히 합의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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