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천국’ 된 제2영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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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신설도로들 폭주족에 무방비
11월 개통 광주~원주 59km 구간에 단속카메라 ‘0’


 지난달 11일 개통한 길이 59.65km의 광주∼원주고속도로(제2영동고속도로)는 서울과 원주를 오갈 때 호법분기점을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기존 경로보다 15km가량 짧다. ‘동해안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00km. 그러나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는 한 대도 없다. 사실상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으로 불린다.

 신설 도로들이 예산 부족 때문에 제대로 된 과속 단속시설 없이 개통되고 있어 운전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1일 오전 10시(원주 방향)와 오후 8시(광주 방향) 직접 달려본 광주∼원주고속도로는 ‘카레이싱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개통 초기라 통행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과속 단속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시속 15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임복순 씨(56·여)는 “야간에는 폭주 차량이 겁나 운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도로의 과속 단속시설은 상·하행선에 각각 2대 설치된 이동식 카메라가 전부다. 고속도로순찰대의 암행순찰차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운영사인 제이영동고속도로주식회사 관계자는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뿐만 아니다. 2008년 부산∼울산고속도로(47km)는 개통 당시 고정식 단속 카메라가 2대에 불과했다. 이듬해 서울∼양양고속도로(78.5km)는 단속 카메라가 한 대도 없는 상태에서 개통했다가 폭주 차량이 늘자 수년 뒤 설치했다. 무안∼광주고속도로(41km·카메라 1대), 동해고속도로(103km·7대), 인천공항고속도로(36km·4대)는 지금도 단속 시설이 부족해 과속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강남순환로도 이동식 카메라 2대만 갖춘 채 올 7월 개통했다.

 신설 도로가 과속 단속 카메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건 대당 설치비용이 2200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위한 예산 부담의 주체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이렇다 보니 과속 적발은 경부고속도로(416km·76대), 중부내륙고속도로(302km·36대), 서해안고속도로(337km·34대) 등 기존 노선에 집중되고 있다. 2013년부터 과속 적발 상위 도로에 오른 대구∼포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북부)도 개통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단속이 실시돼 집계가 이뤄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설 노선에 단속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국도로공사나 민자도로 운영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예산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부터 안전설비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가칭 ‘안전기반시설확충법’을 만들어 안전 분야의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법적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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