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인터뷰 “확진자 동선 쫓는 것보다 행동수칙 지키는 게 안전” [‘코로나19’ 확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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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5. 오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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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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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신천지 비난하면 숨어들어…차별·혐오는 해결책 안돼
ㆍ언론 재난 보도, 중계 아닌 뭘 할지 알려줘야 공유 가능
ㆍ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외 소통 전문가 없는 건 문제



“확진된 사람들의 동선을 쫓아 노심초사 불안해하는 것보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하는 ‘행동수칙’을 지키는 것이 몇만 배 더 안전하다. 지금은 ‘과학적 개인’이 중요하다.”

보건의료 연구소인 ‘시민건강연구소’가 24일 각 개인의 예방 행동, 병·의원 이용 시 주의사항 등을 담은 ‘시민공동실천’을 제안하면서 강조한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 사이 15배 넘게 급증해 8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차단’과 ‘봉쇄’ 방식만으로는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어려워졌다. ‘합리적 선택’을 하는 각 개인이 위생수칙과 정부 방역수칙을 잘 따르고, 공동체가 건강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시민참여형 방역’이 필요한 시기다.

시민건강연구소의 김명희 상임연구원(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예방의학 전문의·사진)을 만나 지금 우리 사회가 이 위기에 어떻게 함께 대처해야 하는지 들었다. 지난 14일 진행한 대면 인터뷰와 24일 전화 인터뷰를 종합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이제는 ‘시민참여형’ ‘지역사회참여형’ 방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구소에서 ‘시민공동실천’을 제안했다.

“초기에는 한정돼 있는 정부 자원을 적극 투입해 대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전처럼 정부 자원만을 투입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저위험군이 검사를 많이 받다보면 정작 고위험군이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익 최대화를 위한 사회적 ‘배분’의 원칙과 원리는 간단하다. 가장 급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자원이 먼저 돌아가야 나도, 사회도 같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는데도 마음대로 혼자 판단해 병을 키우거나 때를 놓치란 뜻이 아니다. 그래서 방역당국이 보건소, 1339 콜센터 등의 상담을 반드시 받으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 시민건강연구소는 차별과 혐오가 감염병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신천지 해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50만명을 넘어섰는데.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들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니 신천지에 ‘미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비난을 하면 그 사람들이 비난받기 싫어서 밖으로 안 나오게 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부작용이 더 크다. 신천지라는 종교를 인정하라는 문제가 아니라,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인식이 좀 공유됐으면 한다.”

- 감염병 확산 초반에는 중국인 혐오가 있었다.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확진자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 비난 여론은 인터넷 악플 문화의 일종이다. 그런데 언론이 이걸 비판하는 척하면서 실어주고 재생산하면서 국민 여론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일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떠돌다가 말지 파급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이 재난보도를 할 때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마치 불구경꾼처럼 ‘불이 어디까지 번졌다’라고 하듯이 확진자 중계를 하는 것도 문제다.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을 때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좋은지 모범사례를 알려줘야 도움이 된다.”

- 질병관리본부의 투명한 브리핑이 정부 방역대책 신뢰도를 높였다는 호평도 나온다.

“메르스 때 질타를 받았던 ‘비밀주의’에서 지금은 확진자 동선 등을 정은경 본부장이 직접 브리핑하는 ‘공개주의’로 바뀌었다. 투명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이 아직도 가장 최고책임자 외에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다. 메르스를 겪으면서 ‘위기소통담당’을 두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정 본부장 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원보이스’라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그 정도 내용 공개를 의사결정하고 미묘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정 본부장밖에 없는 것은 문제다.”

- 코로나19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료급식이 줄고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취약계층이 당장 문제를 겪고 있다. 자원봉사나 민간 협력으로 이런 문제들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감염의 위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다리를 놔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시민 개개인을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 같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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