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 대란’ 없었다…수수료 1만원 올려버린 쿠팡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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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3.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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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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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배달 대란은 없었다. 라이더가 부족하면 상점에서 지원 문의가 올까 싶어 대비도 했는데 전혀 연락 온 게 없었다.”

지난 3월 2일 쿠팡이츠의 라이더 수수료 인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라이더들이 단체 휴무에 나선 데 대한 A배달대행업체 임원의 전언이다. 배달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라이더 단체 휴무는 쿠팡이츠의 ‘완승’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라이더들의 단체 휴무 참여율이 저조했던 탓도 있지만, 비 내리는 휴일이었던 전날(삼일절)과 달리 날이 갠 평일이어서 배달 주문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전업 라이더 빈자리를 부업 라이더들이 채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쿠팡이츠는 부업 라이더를 대거 끌어내기 위해 피크타임인 점심시간 한때 평소보다 1만원 넘는 배달료를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츠는 1분 단위로 쿠리어(쿠팡이츠 라이더) 배달료를 조정한다. 매경이코노미는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의 쿠팡이츠 배달료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한 자료를 단독 입수해서 분석했다. 그 결과 최저 배달료가 3100원에서 2500원으로 20%나 내린 첫날인 지난 3월 2일 0시 10분부터 성남시 수정구에서 최저 수수료를 3000원으로 내린 뒤, 1분마다 100원씩 내려 0시16분이 되자 하한선인 2500원에 도달했다. 이후 배달 주문 수요에 따라 배달료 단가는 오르내렸으나, 2000원대에 머무는 시간대가 상당했다. 배달료 변화를 모니터링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성남시 수정구에서 2500원이 책정된 시간은 총 55분, 기존 하한선보다 낮은 2500~3000원이 책정된 시간은 총 248분(4.1시간)에 달한다(3월 2일 0~21시까지 집계한 결과). 이 시간만큼 성남시 수정구에서 라이더의 수입은 줄고 쿠팡이츠의 수익은 늘었다는 얘기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일주일 전인 2월 23일 대비 대부분 시간대에서 배달료 단가가 높게 책정됐다. 배달 1번지인 강남에서 주로 활동하는 전업 라이더 공백으로 라이더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라이더 10명 중 1명이 강남구에서 활동 중이며 100% 배달로 영업하는 공유주방도 강남 일대에 집중돼 있다.

배달 주문이 몰리는 피크타임 구간인 13시경에는 배달료가 최고 1만3500원까지 치솟았다. 전주 대비 1만원가량 인상된 금액이다. 라이더 단체 휴무로 일시적 배달 공백이 생기자 부업 라이더를 투입하기 위해 단가를 확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라이더 충원이 순조로웠는지 13시 40분경에는 배달료가 36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불과 40분 만에 배달료가 1만원 가까이 널뛰기를 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강남구의 배달료 단가를 10분 단위로 집계한 결과, 배달료 단가의 총합은 전주 대비 평균 4만원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휴무에 나선 전업 라이더의 공백을 부업 라이더들이 채우며 이익을 챙긴 셈이다. 쿠팡이츠는 그만큼 수익은 줄었지만, 대신 라이더 단체 휴무로 인한 타격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라이더 단체 휴무 여파는 적었지만, 쿠팡이츠의 수수료 단가 후려치기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2500원이라는 단가로 ‘한 집 배달’을 하면 시간당 최저임금도 벌기 어려운 데다, 과속 운전을 유발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지적에서다. 높은 단가에 혹해 배달하러 나온 부업 라이더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1분마다 수수료가 바뀌니 그 다음 배달 단가가 얼마일지 알 수 없고, 단가가 1만원씩 널뛰기를 하니 역시 다음 배달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수수료가 건당 600원 줄어들면 하루 평균 10건 정도 배달하는 기사들의 경우, 한 달에 약 20만원 안팎의 수익이 줄어든다”며 “기본 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 비중은 줄여 안정적으로 배달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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