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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다, 포드 GT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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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21:0211,157 읽음

1966년은 포드에겐 역사상 최고의 해 중 하나였다.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더라도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본 적이 있다면 포드가 페라리에게 어떻게 설욕했는지를 잘 알 것이다. 이 시절의 포드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유럽의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고 싶어했고, 포드의 이상과 잘 맞으면서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가진 르망 24시가 딱 제격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술력을 빌려와도 모자랄 판에 미국에서만 개발해서 유럽의 레이스에 출전시켜 우승시키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융통성이 없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포드는 유럽의 명망도 있으면서 웬만하면 자금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레이싱 팀들을 사들여서 그들의 기술력과 헤리티지를 흡수하고자 하였고, 그런 부류의 최고봉에는 바로 페라리가 있던 것이었다.

마침 당시의 페라리 또한 돈이 매우 궁했기 때문에 포드에게 인수당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모터스포츠에서의 노하우란 노하우는 전부 꿰고 있는 페라리를 포드의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아주 든든한 아군이 될 터였다. 그렇게 포드는 부푼 꿈을 안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 : 인수? 어림도 없지 ㅋ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페라리와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세간에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오픈휠 레이스 운영권에 관한 분쟁. 엔초 페라리는 자신이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유일한 수장으로 남고 싶어했고 심지어는 페라리의 이름으로 미국의 모터스포츠인 인디 500에 진출할 의사까지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발을 넓히려고 했던 포드인데 되려 유럽 팀이 미국에 발을 들여 놓겠단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페라리를 인수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되고, 애초부터 포드에 운영 권한을 넘길 생각이 한 치도 없던 페라리에서 이리 융통성 없게 나오니 포드의 입장에서도 그런 식의 계약을 승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라고 포드가 말하자 마자 엔초 페라리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결국 계약은 보기 좋게 파투가 났다. 문제는 포드가 이 계약에 투자했던 돈이 수백만 달러였다는 것. 길을 가다 지폐 한 장을 잃어버려도 화가 나는데 그보다 몇십만 배는 많은 돈을 날리고 눈 앞에서 코를 베이며 자존심도 제대로 꺾인 포드로서는 열이 뻗치지 않을 수 없었다.

흐음, 이렇게 된 거, 자존심 강한 페라리에게 한 방 먹어서 열받은 포드가 페라리를 레이스에서 정정당당하게 박살낸다는 시나리오도 마케팅에 꽤 괜찮아 보인다. 성공만 하면 '페라리를 이긴 브랜드'로서 팬들의 기억에 단단히 박힐 것이다. 마음을 굳힌 포드는 본래 목적이었던 유럽에서의 모터스포츠 활동도 전개할 겸 아득하리만치 강한 페라리를 부숴버릴 만한 차를 만들 방법을 갈구하기 시작한다.

포드 GT40의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 롤라 Mk6 GT

그래서 포드는 모터스포츠의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의 여러 팀들과 담소를 나누며 이렇게 저렇게 잘 구슬려 봤지만 다들 사정이 맞지 않거나 관심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인수 대상으로 적합한 브랜드는 한 개의 브랜드로 좁혀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롤라Lola Cars.

포드가 찾아오기 전에 롤라는 1963년에 포드의 4,736 cc V8 엔진을 가지고 만들어 본 차량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Mk6이다. 잘 알려져 있는 차는 아니지만 GT40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 바로 이 모델이다. Mk6는 총 12번의 실전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한 번의 우승도 있을 정도로 미드십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갓 적용했기 때문에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꽤나 경쟁력이 있던 차량이었다.

??? : 뭐 미드십? 군침이 싸악..

포드는 이 차에 주목했다. 방금 말했듯이 엔진을 시트 뒤에 위치시킨 미드십 마운트 레이아웃이었는데, 지금이야 미드십 레이아웃이 최고급 레이스카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런 차가 공도에도 널리고 널렸지만 이때만 해도 엔진을 시트 뒤에 놓는다는 건 굉장히 생소했다. 아우토 우니온이 1930년대에 리어 엔진 레이아웃을 모터스포츠에 가지고 온 적이 있긴 했지만 이내 사라졌고, 포르쉐도 1940년대 중반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해본 바가 있으나 사장되었으며, 엔진을 시트 바로 뒤에 놓는 미드십 레이아웃 자체가 1950년대 극후반에 가서야 F1에서 등장한,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이었다.

롤라의 수장인 에릭 브로들리가 Mk6 두 대를 포드에 매각하고 1년간 포드의 GT40 개발을 도와주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그가 포드에게 공유한, Mk6가 쌓아온 아이디어와 연구 데이터는 GT40의 개발에 엄청난 보탬이 되었다.

그 다음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캐롤 쉘비를 불러들여 GT40의 개발을 끈기있게 지속해 나갔으며 4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게 된다. 포드는 철옹성 같았던 페라리를 집념 하나로 함락시키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을 성공시켰고 현재까지도 성조기를 달고 르망 24시에서 우승한 유일한 차량으로 남으며 포드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차량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1세대 포드 GT. 필자는 이 차를 보며 진한 감동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III 현재에 과거를 대입하다

그리고 포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후대에 GT40를 그 유산을 간직한 채 되살려서 공도로 끄집어낸 것이 바로 1세대 포드 GT이다. 포드 유일의 양산 슈퍼카이며 포드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헤리티지 중 하나를 계승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포드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겠다. GT40의 그것을 직접적으로 이어받은 디자인은 유럽의 디자인과 적절히 혼합되면서도 미국 차 특유의 볼륨감과 각선미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미국의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디자인이다.

하지만 과거의 향기를 간직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40년 전의 그것에서 크게 달라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GT40의 디자인이 단순히 기반이 된 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모든 요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다시 말해 GT40를 계승한 차량을 넘어서서 그냥 21세기 공공도로판 GT40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수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1세대 GT가 지향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이는 GT의 디자인에 관해 호불호를 갈리게 하는 데에 충분하였다. 외장 디자인 외의 내적인 부분은 모두 송두리째 바뀌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만큼 1세대 GT는 완벽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명차의 반열에 들 만했다. 비록 옛 영광을 재현하는 데에만 힘을 쏟은 탓에 참신함이 퇴색되었긴 하지만 적어도 과거의 상징성을 이어가는 데에는 훌륭하게 성공했고, 기존의 미국 차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쇄신하면서도 미국 차 중에서도 매우 미국스러운 차였기 때문이다. 5.4리터의 슈퍼차저가 달린 V8 엔진, 6단 수동 트랜스미션과 그 기어비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미국스러운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GT의 디자인 또한 의미적인 관점에서 보면 왈가왈부할 것이 많지만 적어도 그것이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슈퍼카 치고 가격과 콧대가 그리 높지 않았던 차라는 것도 한몫 거들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1세대 포드 GT는 포드의 경영 악화라는 파도를 맞아 출시 2년 만인 2006년에 단종되며 단 4,000대 가량의 생산량을 기록한 채 단명하게 되었고, 애석하게도 그 이후로 새로운 슈퍼카가 출시되지 않아 포드의 슈퍼카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되었다.

2015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2세대 GT

III 9년 만에 등장한 2세대 GT

그러던 2015년, 디트로이트에서 차세대 GT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약 10년 만에 돌아온 포드 GT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마침내 GT라는 차량이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고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직감케 하는, 새롭고 혁신적이면서도 GT40의 향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한 디자인은 1세대와는 반대로 과거의 헤리티지를 등한시했다는 불만을 낳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21세기에 들어오며 많이 사그라든 편견이긴 하지만, 대체로 투박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미국의 여느 스포츠카들과는 생김새가 언뜻 보기에도 다르다. 1세대 GT 또한 기존에 미국 차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제대로 탈피해냈지만 1세대가 현역이던 시절만 해도 독자에게 GT가 정교하다는 걸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겉보기에는 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디테일한 차량이다' 하는 식으로 부가적인 설명이 들어가야 했던 데 반해, 2세대 GT를 보면 그것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매우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측면의 곡면 디자인은 단순무식하지 않고 굉장히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1세대에 비해서 더욱 똑똑해졌다. 1세대가 가지고 있던 1~2단의 기어비가 엄청나게 긴 6단 수동 트랜스미션이 아닌 메르세데스-AMG GT와 동일한 게트락의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 같은 요소들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고속도로에 어울리던 미국적인 차였던 GT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GT가 점차 유럽의 차량들을 닮아가고 있다고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2세대 GT는 1세대보다도 평가가 더욱 극명하게 갈리는 차가 되었다. 1세대 GT는 불호 의견이 있더라도 '좋으면서도 아쉽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던 반면, 2세대 GT의 평가는 비교적으로 '좋다'와 '싫다'로 명확하게 갈라졌다. 포드에서도 이것을 예상하지 못하진 않았으리라. 포드는 대체 왜 이러한 평가와 혼란을 감수하고 GT를 환골탈태시킨 것일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던 걸까?

- 뒷이야기는 下편에서 이어집니다
III CAR GO STUDIOS 이현빈 에디터
cargostud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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