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2021년, 미-중 패권경쟁의 2막이 오른다 / 최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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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8. 오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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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덕 ㅣ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의 대선 판도를 바꾸면서 2021년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제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10월 공산당 제19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 중국 정부는 현 국제 상황을 ‘백년만의 대격변’으로 정의하고 불확실한 대내외적 환경과 세계 경제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은 기존에 수출주도형 산업과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큰 톱니바퀴를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았다면, 이제 ‘내수 경제 활성화와 자립형 공급망 확대’라는 톱니바퀴를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어 기존의 톱니바퀴에 맞물리게 함으로써 두개의 톱니바퀴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순환 활성화는 도농 간 격차 해소, 소득 재분배 개선, 지역 균형발전, 공급 측 구조개혁, 디지털 경제 가속화, 첨단기술산업 육성과 산업 자주화, 금융 개혁, 녹색성장 등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를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활성화하여 국내 경제의 질적 성장과 내적 역량 강화를 통해 내순환과 외순환의 상호작용으로 중국의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전략의 성공은 ‘중국이 대내외적 위험요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공급 측 구조개혁에 성공하느냐’, ‘미·중 첨단산업 디커플링 상황에서 중국이 과학 기술 자립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전략은 국가 발전 동력의 중심을 외순환에서 내순환으로 옮겨 외순환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의 부담을 덜고, 외순환의 구조도 대규모 해외 인프라 투자에서 기술표준, 5세대 이동통신(5G),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 등 기술과 화폐 중심으로의 변경을 모색한다. 쌍순환 전략은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 장기전에 대비하여 외순환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를 ‘국제 정치적·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 구조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2021년 시작될 미-중 패권경쟁의 2막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글로벌 리더의 자리로 빠르게 복귀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 대 ‘공산주의 중국’의 대결로 중국을 포괄적으로 압박하려 한다. 동맹국들과 포위망(봉쇄정책)을 좁혀가겠다는 미국의 공성전(攻城戰)과 내수 활성화를 통해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수성전(守城戰)이 시작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한국이 미국 편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하는 한국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경제 실현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신북방·신남방으로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외연을 확장하면서 미국·중국과 환경, 보건 등 국제 공조가 가능한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안보가 우선이냐, 경제가 우선이냐는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정치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한국이 국익 최우선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한국의 입장을 끈기 있게 설득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 실현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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