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에너지 투입해 생산하던 암모니아, 쇠구슬 굴려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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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연구팀 14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발표
5mm 크기의 쇠구슬을 용기에 넣어 회전시키면 구슬끼리 부딪히면서 운동에너지가 발생한다. UNIST 제공
비료와 플라스틱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쓰이는 암모니아는 400도의 고온과 수심 2000m에 가까운 고압에서 합성되다 보니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전 세계 에너지의 1~2%가 암모니아 생산에 투입될 정도라 이 과정에서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중 3%가 배출된다. 국내 연구팀이 이렇게 생산에 막대한 에너지가 허비되는 암모니아를 단순히 쇠구슬을 굴리는 방식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쇠구슬이 회전하면서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이달 14일 공개했다.

암모니아는 비료, 폭발물, 플라스틱, 의약품 등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매년 약 1억 4000만t이 생산되는데 최근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아 수요가 더 늘고 있다. 그러나 생산법은 100년전 고안된 ‘하버-보슈법’에 머물고 있다. 이 방법은 질소와 수소를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결합시켜 대량의 암모니아를 얻는 원리다.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많고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연구팀은 쇠구슬 500g(왼쪽)과 볼 밀링 장비(오른쪽)를 사용해서 암모니아 생산 실험을 진행했다. UNIST 제공
연구팀은 하버-보슈법 대신 용기에 쇠구슬과 반응물질을 같이 넣고 회전시켜 부딪히는 힘으로 물질을 합성하는 볼밀링법을 적용했다. 온도는 45도, 대기압 수준의 저압 환경으로 설정한 용기에 지름 5mm 쇠구슬과 철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기체와 수소기체를 차례로 주입한다. 빠르게 회전하는 쇠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가 촉매 역할을 하며 질소기체를 분해하고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원리다.

이런 방법으로 저온과 저압 조건에서도 82.5%의 수득률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득률은 투입한 반응물 대비 생성물의 양을 나타낸다. 하버-보슈법은 대기압의 약 200배, 450도 고온에서 25%의 수득률을 가진다. 기존 공정보다 압력은 200분의 1로, 온도는 10분의 1로 줄이면서 수득률은 약 3배 높다.

복잡하고 큰 설비가 없이 작은 장비로도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암모니아는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고 저장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든다. 연구팀은 "촉매로 쓰이는 철가루도 매우 저렴하다"며 "기존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100여 년 된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단점을 보완하는 간단한 암모니아 생산 방식”이라며 “암모니아를 고온 및 고압 설비 없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즉석에 생산할 수 있어 저장과 운송에 쓰이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이수훈 인턴기자 shinjsh@donga.com,so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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