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따라하기? 안양·인천 도시공사의 '이상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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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4. 오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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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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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위치도. 사진 안양시 제공

각 지자체의 건설 관련 업무를 실행하는 공기업인 도시공사는 성남 대장동 사업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민관합동사업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도시공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선 총 사업비 2조원에 이르는 '친환경융합스마트밸리 조성사업'(일명 박달스마트밸리 사업) 사업자 선정이 공정성 논란 속에 파행을 겪고 있다. 심사위원 선정을 놓고 안양도시공사 직원과 민간업체 간 유착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의혹으로 얼룩진 2조 원짜리 스마트밸리 사업 심사

이 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는 당초 지난해 9월 진행됐다. 하지만 대장동의 '천화동인 4호(남욱 변호사가 대주주)'가 사명을 엔에스제이홀딩스로 바꾸고 사업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안양도시공사는 해당 공모를 취소하고 지난해 10월 재공고했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DL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각각 다른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모에 참여했다.

문제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심사과정에서 생겼다. 11시간가량 걸린 긴 심사 과정이 마무리되고 결과 발표를 바로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안양도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심사위원 한 명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심사를 중단시켰다.

"심사과정 문제없지만 그래도 다시 하겠다"

공공기관에서 특정 사업의 심사위원을 구성할 때는 복수의 후보위원을 먼저 선발한 뒤 심사 당일 추첨을 통해 실제 심사에 나설 위원을 선발한다. 특정 업체와의 사전 접촉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다. 박달스마트밸리 사업도 이 절차를 따랐다. 공모에 참여한 한 회사 관계자는 "심사 당일 심사위원 추첨에 참석한 민간사업자 관계자들이 최종 선정된 심사위원들의 자격에 대해 이의 없다는 확인을 한 뒤 서명까지 했다"며 "오히려 심사위원 자격 문제를 거론한 공사 본부장이 심사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이 밀었던 컨소시엄이 2위가 되자 이의제기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2위는 GS건설 컨소시엄으로 알려졌고, 이 컨소시엄에는 제일건설이 들어가 있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제일건설은 대장동에서도 3개 필지를 낙찰받았다. 안양도시공사의 해당 본부장은 최근 사표를 냈다. 안양도시공사 직원들이 심사장에 휴대폰을 갖고 들어간 것도 시비거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LH의 경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사장에는 일체 휴대폰 반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안양도시공사의 이상한 일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사는 당초 논란이 된 일부 심사 위원의 자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결국 재심사를 결정했다. 공모에 참여한 일부 업체에서는 공사의 심사 과정이 적절했는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모 참여업체 관계자는 "심사위원 자격에 문제가 없었다면 공모지침대로 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맞다"며 "별다른 해명도 없이 재심사하겠다는 것은 절차상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재심사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고, 상황에 따라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양시의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음경택(국민의힘) 의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시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은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탄약대대 일대 약 328만㎡ 부지를 개발하는 민관합동사업이다. 대장동처럼 안양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PFV가 기존의 탄약부대 대체시설을 건립해 안양시에 넘긴 뒤 시는 이를 국방부에 기부한다. PFV는 남은 부지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최근 인천도시공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인천도시공사 전 임원이 퇴직 후 별도의 취업심사 없이 자신의 직무와 연관된 건설사에 입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임원이 입사한 건설사는 검단신도시 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 현직 직원과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지적이 나오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대한 조사하고 사실을 확인하겠다. 절차를 거쳐 필요에 의하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답했다.

수도권, 충청권 대학교수만 심사위원 가능?

여기에 심사위원 선발 기준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내부문건에 따르면 공사는 올해부터 제안서 평가위원회 후보위원을 모집하는 방식을 기존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모집에서 관련 기관에 추천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개인접수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또 인천도시공사는 심사위원 추천기관으로 공공기관·국책연구소와 함께 수도권 및 충청권 소재 25개 대학 등으로 한정했다. LH 관계자는 "보통 제안서 평가위원회 후보위원 추천기관을 선정할 때 따로 대학이나 기관의 소재지, 규모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특정 지역, 특정 기관을 지정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인천도시공사 제안서 평가위원회 추천 대학 리스트. 독자 제공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공개 모집을 했더니 오히려 업체와 심사위원 간 유착이 발생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에서 심사위원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보통 심사 당일 오전에 심사위원을 선정해 연락하는데, 오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하다"며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추천 대학을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지난해 LH 투기와 대장동 사태가 불거진 이후 건설 사업 관련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지자체 공사들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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