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다행, 수년전 받은 ‘양세형 출연서약서’
[한겨레] 박상혁의 예능in, 예능人
연말시상식 시즌이 끝났다. 예상대로 <연예대상>은 뻔한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받았고, <연기대상>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별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에스비에스 연예대상>에서 양세형이 보여준 밀착인터뷰였다. 수많은 선배 개그맨들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걸 펼쳤다. 자신감이 넘쳤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결코 넘지 않았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새로운 스타다. 현재 양세형은 <무한도전>(문화방송), <코미디빅리그>(티브이엔)를 비롯해서 7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하루하루가 상한가 행진인 셈이다.
양세형이 새로운 스타이긴 하지만 결코 신인은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벌써 데뷔 15년차다. 조금은 깐족거리고 건방져 보이지만 얄밉지 않은 지금 양세형의 캐릭터 역시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그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에서 ‘화산고’, ‘비트보이즈’, ‘몽키브라더스’, ‘신인의 한계’ 같은 코너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는 <코미디빅리그>(티브이엔)로 옮겨서 ‘게임폐인’, ‘직업의 정석’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양세형은 확실한 자신만의 개그 패턴이 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깐족거리면서 권위에 도전한다. 반면에 자신과 비슷한 약한 사람들과는 한편이 돼서 똘똘 뭉친다. 거기다가 신나게 음악과 춤으로 포장한다. 또한 무대장악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그와 함께했던 많은 제작진은 언젠가 양세형의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코미디 판에 있는 수많은 개그맨처럼 양세형도 그냥 저평가되어 있는 우량주일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개그맨들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코너가 없어지면 다른 스케줄이 없다. 양세형 역시 라면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우던 시기가 있었다. 유일한 스케줄은 가끔 들어오는 <도전1000곡>(에스비에스)이었다. 그 당시 <도전1000곡>에서는 우승자와 별도로 장기자랑 무대를 가장 잘 보여준 출연자에게 로봇청소기를 상품으로 줬다. 최선을 다해 장기자랑을 준비한 양세형은 9번 출연해서 9번 1등을 하고 9개의 로봇청소기를 받는 쾌거(?)를 이룩한다. 로봇청소기를 처분해서 생활비로 썼다는 일화는 개그맨들 사이에는 잘 알려진 얘기다.
개그맨들은 대부분 코미디에 출연하지만 동시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역할이 있기를 바란다. 혼자 티브이를 보면서 혹은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모여서 예능을 공부하고 연습한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자신이 맞지 않는 이상한 설정을 하거나 남들의 방식을 흉내내기만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양세형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 살려서 <라디오 스타>, <무한도전> 등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오랜 시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다져진 그의 실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양세형 말고도 저평가된 우량주 예능인이 많다. 시청자의 관심과 그들의 노력이 맞물리면 예능판은 더 뜨거워질 것 같다. 이미 지금 양세형은 너무 바빠서 향후에 섭외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예전 <강심장>(에스비에스)을 할 때 그의 재치에 반해서 앞으로 프로그램을 무조건 같이 하자고 출연서약서를 받아뒀다. 물론 장난이었지만 올해쯤 그 서약서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평가된 우량주에 베팅하고 상한가 치고 있을 때 수익을 올리는 것.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다.
박상혁 씨제이이앤엠(CJ E&M)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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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시상식 시즌이 끝났다. 예상대로 <연예대상>은 뻔한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받았고, <연기대상>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별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에스비에스 연예대상>에서 양세형이 보여준 밀착인터뷰였다. 수많은 선배 개그맨들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걸 펼쳤다. 자신감이 넘쳤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결코 넘지 않았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새로운 스타다. 현재 양세형은 <무한도전>(문화방송), <코미디빅리그>(티브이엔)를 비롯해서 7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하루하루가 상한가 행진인 셈이다.
양세형이 새로운 스타이긴 하지만 결코 신인은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벌써 데뷔 15년차다. 조금은 깐족거리고 건방져 보이지만 얄밉지 않은 지금 양세형의 캐릭터 역시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그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에서 ‘화산고’, ‘비트보이즈’, ‘몽키브라더스’, ‘신인의 한계’ 같은 코너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는 <코미디빅리그>(티브이엔)로 옮겨서 ‘게임폐인’, ‘직업의 정석’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양세형은 확실한 자신만의 개그 패턴이 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깐족거리면서 권위에 도전한다. 반면에 자신과 비슷한 약한 사람들과는 한편이 돼서 똘똘 뭉친다. 거기다가 신나게 음악과 춤으로 포장한다. 또한 무대장악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그와 함께했던 많은 제작진은 언젠가 양세형의 시대가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코미디 판에 있는 수많은 개그맨처럼 양세형도 그냥 저평가되어 있는 우량주일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개그맨들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코너가 없어지면 다른 스케줄이 없다. 양세형 역시 라면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우던 시기가 있었다. 유일한 스케줄은 가끔 들어오는 <도전1000곡>(에스비에스)이었다. 그 당시 <도전1000곡>에서는 우승자와 별도로 장기자랑 무대를 가장 잘 보여준 출연자에게 로봇청소기를 상품으로 줬다. 최선을 다해 장기자랑을 준비한 양세형은 9번 출연해서 9번 1등을 하고 9개의 로봇청소기를 받는 쾌거(?)를 이룩한다. 로봇청소기를 처분해서 생활비로 썼다는 일화는 개그맨들 사이에는 잘 알려진 얘기다.
개그맨들은 대부분 코미디에 출연하지만 동시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역할이 있기를 바란다. 혼자 티브이를 보면서 혹은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모여서 예능을 공부하고 연습한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자신이 맞지 않는 이상한 설정을 하거나 남들의 방식을 흉내내기만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양세형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 살려서 <라디오 스타>, <무한도전> 등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오랜 시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다져진 그의 실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양세형 말고도 저평가된 우량주 예능인이 많다. 시청자의 관심과 그들의 노력이 맞물리면 예능판은 더 뜨거워질 것 같다. 이미 지금 양세형은 너무 바빠서 향후에 섭외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예전 <강심장>(에스비에스)을 할 때 그의 재치에 반해서 앞으로 프로그램을 무조건 같이 하자고 출연서약서를 받아뒀다. 물론 장난이었지만 올해쯤 그 서약서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평가된 우량주에 베팅하고 상한가 치고 있을 때 수익을 올리는 것.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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