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주’ 은행주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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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10.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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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역대 최대 실적에 배당까지 쏠쏠

은행주가 고공행진한다. KRX은행지수는 1월 4일 599.98에서 5월 6일 782.47까지 뛰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로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한 결과다. 글로벌 경기 정상화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것도 힘을 보탰다.

배당 증가 기대도 크다. 2020년 배당은 예상에 못 미친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사태를 우려해 금융지주·은행 배당 성향을 6월 말까지 20% 아래로 낮추라고 권고한 탓이다. 주주 불만이 커지자 주요 금융지주 경영진은 주주총회, 실적 발표에서 6월 이후 중간배당 혹은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3월 말 주총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배당성향 30%에) 근접한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 역시 4월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분기배당 계획이 있고 실무적으로는 방법에 대한 검토를 이미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 전무(CFO) 또한 4월 실적 발표 이후 “중간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는 뜻을 전했다. 실적, 주가가 우상향하는 가운데 배당 기대감까지 더해지자 자연스럽게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은행주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하며 투자자 관심을 모은다. 배당수익 기대감도 크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올 들어 39% 뛴 하나금융

▷PBR 0.39배…저평가 여전

시중은행 중 최근 주가 흐름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하나금융지주. 5월 6일 4만63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 이후 상승률 38.6%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당기순이익 8344억원을 기록했다. 7000억원대를 예상한 증권가 전망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룹 이자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6.1% 늘며 4대 대형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도래하고 저원가성 예금이 늘며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파악된다. 증권과 카드, 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에 기여했다. 각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9%, 72.5%, 37.8% 늘었다.

최근 주가가 뛰었지만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는 것도 예의 주시할 만한 내용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 PBR은 0.39배, PER은 4.1배를 예상한다. 대형 은행주 중 낮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6월 중간배당 역시 다른 은행주와 차별화된 투자 포인트”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2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2021년 예상 배당수익률은 5.4%다.

KB금융 역시 상승 기류를 탄다. 연초부터 5월 6일까지 주가가 35.5% 올랐다.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순이익 1조2701억원)을 기록한 것이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은행 부문 당기순이익이 전년도 대비 17.4% 증가한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도 선전했다. 증권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4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81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증권 부문이 돋보인다. 지난해 1분기에는 순손실 210억원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 221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보험 부문은 푸르덴셜생명 편입 효과, KB손해보험 자동차 보험 손해율(고객한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하락이 호재로 작용했다.

카카오뱅크 지분 약 9.3%를 보유했다는 것도 눈여겨봄직한 사안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4월 1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7~8월 상장이 예상되며 시장에서 전망하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20조원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IPO 이후 KB금융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올해 이익이 급증하면서 주당 배당금액(DPS)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DPS는 1770원이었는데 올해는 2800원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각각 연초 이후 주가가 30%, 15.1% 오르며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919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27.8% 늘었다. 직전 분기(2020년 4분기)에 비해서는 약 2.6배가량 되는 금액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카드와 보험, 캐피털, IB 등 다변화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 증가가 기대된다. 라임펀드 관련 배상안이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것도 긍정적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4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CI펀드 투자 피해자 2명에게 각각 69%, 75%씩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분조위에 넘어가지 않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40~80% 범위에서 자율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신한은행은 이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5월 6일 신한금융지주 종가는 4만1000원, 증권가 목표주가는 4만6000~5만8000원 사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전환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순이익 6716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 5608억원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비용을 줄였고 저원가성 예금이 늘며 순이자마진이 늘어난 결과다.

은행과 비은행 부문 모두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정부가 2019년 6월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라 우리금융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4월 9일 주식 시장 개장 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우리금융지주 지분 2%(약 1444만5000주)를 매각한 바 있다.

▶비은행 부문 성장하는 지방은행

▷내부등급법 승인받은 DGB 주목

지방은행 실적과 주가 역시 고공행진한다. 비은행 부문 성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투자증권 등을 보유했다. 지방은행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다. 1분기 순이익은 1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증가했다.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1분기 16.5%에서 올해 1분기 약 33%까지 증가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5월 6일 종가는 7900원, 증권가 목표주가는 8700~1만원이다.

DGB금융지주는 주력 계열사 대구은행 이자이익이 회복되고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이 성장세를 지속하며 1분기 순이익이 40% 증가했다. 지방 금융지주사 최초로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쓸 수 있다. 내부등급법 승인 이전에는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표준등급법을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정하는데 통상 자체 모델을 쓸 때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게 측정된다. 구경회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부등급법 적용 승인을 받으면서 1분기 보통주 자본비율이 11.9%로 크게 올랐다. 배당성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2021년 배당금 추정치를 480원에서 530원으로, 목표주가는 기존 1만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렸다. 5월 6일 종가는 9010원이다.

JB금융지주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순항 중이다. 5월 6일 종가는 7500원,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36.9%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8호 (2021.05.12~2021.05.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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