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이슈 메이커다. 많은 이력 중에서도 대중에게 강렬히 각인된 그의 이미지는 단연 ‘조국(전 법무장관) 수호자’로서의 활동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그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고문 변호사로 참여해 선봉대에 섰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국 수호 촛불 집회’에서 사회를 보던 그는 이후 ‘조국백서’ 공동저자에도 이름을 올리며 친문(친 문재인)세력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안산단원을에 전략공천을 받은 그는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온 3선 현역 박순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선거 구호 중엔 “(조국 수호) 촛불을 든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이 있었다. 국회 진출 뒤에도 친조국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의정이 조국 팬클럽 활동이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랬던 김 의원의 행보가 요즘 다른 방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비문(비 문재인)'계로 통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부쩍 늘면서다. 이 지사는 지난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직접 편지를 보내 처리를 요청했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최근 국회 복지위를 통과하지 못하자 “수술실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고 민주당과 국회를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연일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또 이 지사가 의료법 개정안 관련, 대한의사협회 파업 예고를 비판하며 “간호사에게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하자”(23일)고 밝히자, 이튿날 페이스북에 “간호사 단독 백신 접종을 추진하겠다”고 총대를 멨다. 이런 그의 글을 이 지사가 다시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김남국 의원님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둘은 쿵짝이 잘 맞는 커플처럼 행동했다.
돌이켜보면 지난달 이재명 지사를 비판한 원희룡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말꼬리 잡아 상대를 깎아내리지 말라”고 했던 장면은 2019년 조국 수호에 목청 높이던 김남국 변호사를 떠오르게 한다. 마치 조국 수호 선봉대가 이재명 수호 선봉대가 된 듯한 장면이었다.
전화 통화에서 ‘요즘 이 지사와 부쩍 호흡이 좋다’고 했더니 김 의원은 “이재명 지사는 대학(중앙대) 선배님이라 원래부터 잘 알고 지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럼 ‘친이재명계’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본지 인터뷰 때만 해도 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걸 조금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대표든 이재명 지사든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쪽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누가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즉답을 피하며 “시대정신을 가진 분이 정권 재창출을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시대정신이 무엇이냐고 추가로 물었더니 그는 “상ㆍ하위를 나누지 않고 사각지대에 있는 모든 국민에게 복지 혜택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으로 번진 '검찰개혁 시즌2'의 열성적 지지자다. 지난 8일 발의된 검찰에게서 직접 수사권을 빼앗는 중수청 설치법안엔 그의 이름이 공동 발의자로 올라있다. 청와대가 속도 조절을 주문해도 멈출 생각을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결혼 30년 된 부부들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임기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와 이제 막 임기 1년 된 우리 초선 의원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다시 한 번 속도 조절을 요청하더라도 “물론 청와대와 조율 노력을 하겠지만, 저희는 그 방향(중수처 설치)대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친문’ ‘친 조국’보다 ‘친이’ 명찰이 이제 그에게 더 어울려 보인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