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美 경제우선 vs 韓 북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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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중단될까요?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반등하기는 어렵겠죠?”

한국 소식에 정통한 한 미국인 인사는 이달 중순 워싱턴 특파원 3년 생활을 마치고 귀임하는 기자와의 송별 오찬에서 불쑥 이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실패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면서 장기적으로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한 질문이었다. 이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 국내외 기업의 투자 진작을 위한 획기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귀국 뒤 접한 한국의 실제 경제 상황은 이 인사의 인식보다 더 혹독했다. ‘자영업 대란’에 ‘고용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경제 기반이 곳곳에서 균열을 보이고 있었다.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83%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4주차에는 56%까지 떨어진 상태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에도 반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회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금지한 철강·구리 등을 지난 6∼7월 북한에 추가 반출한 데다, 미국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위기에 대한 국내 비판을 잠재우고, 경제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연기를 전격 지시하면서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기대를 단박에 깨뜨려버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련해 불충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과 함께 “중국에 대한 강경한 무역 입장 때문에 중국이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안보 문제도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우선주의’ 관점에 대한 미국 내 지지 기반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규 규제 1건당 기존 규제 2건을 폐지하는 규제개혁으로 지난해 5억7000만 달러(약 6378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미국 증시는 지난 22일 3453일 상승장이라는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CNN 머니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춘 게 확실히 미국 기업의 이익 확대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율을 최고 22%에서 25%로 올렸다. 또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주도 성장론’과 정반대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웠다. 이에 따른 경제지표 악화에는 북한의 ‘선의’에 기댄 남북 경협을 대안으로 삼는 모양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 경협의 대북 제재 예외 적용에 미온적인 상태에서 북한이 경제성장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막연한 환상이다. 오히려 지금은 대북정책에서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국내 경제 기반의 내실부터 먼저 다질 때다.

boyo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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